정태인(경제 평론가)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약간의 예측


금년 2/4분기부터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환율은 1150원에서 1200원 사이에서 하향 안정화하고 있고(안정적인 원화절상) 주가는 2009년 12월 14일 기준으로 연말에 비해 48% 상승했고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도 들먹일 정도로 심리 상태가 호전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비심리를 보여 주는 각종 지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7월에는 제조업 생산도 전기 대비 8% 증가하는 등 실물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과연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만한 상황일까?



정부가 그릴 수 있는 어떤 시나리오도 실은 수출이 증가해야만 실현될 수 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사회경제의 양극화를 부추기므로 내수의 상당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은 별로 없다. <표5>에서 보듯이 2009년의 수출 증가율은 꾸준히 개선되어 11월에는 두자리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1월에서 11월까지 전체를 보면 여전히 2008년 대비 -16.8% 수준이고 앞으로 세계경제가 V자형으로 좋아질 전망은 거의 없으므로 앞으로도 이 수치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표5> 한국의 상품 수지

(억달러, %)

 

2008r

2009p

11

1~11

10r

11

1~11

상 품 수 지

12.3

42.5

56.8

58.4

521.0

수출(FOB)1)

295.0

4,055.1

358.9

348.1

3,372.4

 

(-17.9)

(17.4)

(-5.6)

(18.0)

(-16.8)

수입(FOB)1)

282.7

4,012.6

302.1

289.7

2,851.3

 

(-14.9)

(26.3)

(-16.0)

(2.4)

(-28.9)

 

 

 

 

 

 

주: 1) 통관기준 수출입에서 소유권변동, 운임․보험료 등을 조정한 국제수지기준 수출입

2) ( )내는 전년동기비 증감률


* 한국은행, 2009년 11월 중 국제수지동향 2009. 12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의 반 정도는 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니 수출이 이렇게 줄어든다는 것은 물량 기준으로 국내 생산, 따라서 고용이 작년 대비 약 8%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표에서 보듯이 수입의 감소폭이 30%에 이르기 때문에 GDP 통계의 대외부문(수출-수입)은 상당한 폭의 플러스 요인(2009년 11월까지 약 411억 달러 흑자로 GDP 약 4.5%의 증가)이 되고 있지만 큰 폭의 생산감소, 그리고 뒤이은 고용 감소는 필연적이다. 수입 감소 역시 국내 투자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미래의 성장 전망 역시 어둡다. 물론 설비투자와 소비 역시 개선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용 자본재 수입이 여전히 20% 가까이 감소된 상태이며 그 결과 설비투자지수도 -13%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표6>).  

 

<표6> 한국의 내수지표

(전년동기대비, %)


 

 

2008

 

2009

 

 

연간

10월

4/4

 

1/4

2/4

3/4

9월

10월

소비재판매액

 

1.0

-3.4

-4.2

 

-4.9

1.6

3.4

6.6

9.8

(백화점 매출)

 

0.5

-2.0

-5.0

 

1.4

2.8

6.5

8.8

12.0

(대형마트 매출)

 

2.2

-0.8

-1.2

 

-5.0

-2.9

-3.2

-2.0

5.6

설비투자지수

 

-4.3

-6.2

-13.4

 

-17.7

-13.4

-10.1

5.0

0.3

내수용자본재수입

 

6.1

4.3

-11.9

 

-29.6

-27.9

-16.2

-10.0

-15.3

국내기계수주

 

-12.8

-46.4

-47.3

 

-33.8

-14.1

6.5

31.9

3.0

건설기성액1)

 

4.7

5.1

-2.2

 

4.5

7.0

-0.6

7.7

-6.5

건설수주액1)

 

-9.0

-23.7

-6.5

 

-16.5

-2.0

9.1

58.4

27.2

주 : 1) 명목금액 기준 자료 :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 한국은행, 최근의 국내외 경기동향, 2009.12




따라서 현재 가까스로 플러스로 돌아선 한국의 경제성장은 수요 측면에서 거의 전적으로 소비와 정부지출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지출 규모는 이미 보았고 소비의 증가는 <표6>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백화점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상층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즉 현재의 성장이란 감세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로 상층의 소비가 늘어나는 데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자산가격이 서서히 상승해서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그 동안 세계경제가 회복되어 수출도 증가하여 바야흐로 설비투자가 증가하기를 학수고대할 것이다. 그러나 자산 가격은 투기 성향에 의해 떼거리(herding)의 움직임을 보이며 중국을 빼고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수요가 금방 늘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자산버블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고민이 있다.




2010년 4-5%의 경제성장은 과연 가능할까?



내년 5% 내외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 정부나 민간기관은 모두 3% 정도의 세계경제전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불행히도 붕괴 직전의 바벨탑은 설계가 변경되지 않았다. 대형금융기관이 위험한 투자를 감행해서 성공하면 이익을 챙기고 실패하면 납세자가 손실을 떠안는 “대마불사”의 구조는 여전하다. 위험 분산의 묘약으로 믿었던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도 구체화되지 못한 채, 상업용 부동산이나 자동차 대출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똑같은 성격의 폭탄들이 과잉 유동성이라는 산소호흡기 밑에 숨어 있다. 더구나 더 장기적이고 더 풀기 어려운 글로벌 불균형 역시 아무런 대책 없이 지금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가 현재의 예측대로 순조롭게 돌아 간다면 지금 같은 유가나 원자재 가격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먹잇감을 찾는 과잉 유동성이 원자재 선물시장으로 몰려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의 낙관적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라는 형식이 큰 몫을 했다. 작년 4/4분기와 금년 1/4분기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정부의 온갖 정책이 다 쏟아진 금년 2/4분기와 3/4분기의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건 당연하다(이른바 기저 효과). 그러나 지난 3분기 동안, 즉 봄, 여름, 가을 동안의 경제성장율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여전히 -1.8%에 머무르고 있다(한은 3/4분기 국민소득(잠정), 12.4). 민간소비는 -1.5%, 설비투자는 -15.5%였고 내수 전체로 -6.8%였으니 서민들의 체감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수출감소(-5.3%)보다 수입감소(-13.2%)가 더 커서 GDP의 폭락을 막았을 뿐이다.

 

<표7> 2010년 경제성장 전망

 

(전기대비, %)

 

2009

 

2010e)

 

2011e)

1/4

2/4

3/4

4/4e)

연간e)

상반

하반

연간

연간

GDP 성장률

0.1

(-4.2)

2.6

(-2.2)

3.2

(0.9)

0.3

(6.2)

0.2

 

0.7

(5.9)

1.1

(3.4)

4.6

 

4.8

 

 

․민간소비

0.4

(-4.4)

3.6

(-0.8)

1.5

(0.8)

0.2

(5.9)

0.3

 

0.6

(4.3)

1.0

(2.9)

3.6

 

3.9

 

 

․건설투자

5.2

(1.6)

1.7

(3.7)

-2.0

(2.7)

0.1

(4.0)

3.1

 

2.1

(2.2)

-0.6

(2.7)

2.5

 

2.6

 

 

․설비투자

-11.2

(-23.5)

10.1

(-15.9)

10.4

(-7.4)

2.3

(10.2)

-9.6

 

0.7

(18.9)

1.9

(5.2)

11.4

 

8.3

 

 

․상품수출

-3.4

(-14.1)

14.7

(-4.2)

5.2

(1.8)

0.3

(16.9)

-0.1

 

1.0

(13.5)

3.0

(5.7)

9.3

 

10.6

 

 

․상품수입

-6.2

(-17.4)

7.4

(-14.3)

8.6

(-7.9)

2.4

(11.8)

-7.3

 

2.5

(17.3)

2.8

(9.3)

13.0

 

7.8

 

 

주 : 1) 연간 및 ( ) 내는 원계열 전년동기대비(%)

2) 계절조정기준 상‧하반 전기비는 각 분기 증가율의 평균

* 한국은행, 2010년 경제전망, 2009,12,11



그런데 내년에 어떻게 갑자기 4.6%(이하 <표7> 참조)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일까? 민간소비가 금년에 비해 3.6%나 늘어나고 설비투자 역시 두자릿 수 감소세에서 11.4% 증가로 급반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그 비밀이다. 금년 소비가 이 정도에 머무른 것도 자동차 세제혜택 등 특수 요인에 의한 것이었는데 과연 사람들이 이제 살만 하다며 내구재 소비를 늘릴까? 세계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도 기업인들은 갑자기 대대적 설비투자를 시작할까? 불행히도 중장기 기대의 급반전은 케인스의 용어로 “확률관계 0”에 가깝다.


물론 이들 기관의 예측이 조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현재의 수치들을 과거의 모형에 넣어서 나온 결과이고, 그것은 최근의 호전 기미를 단순 연장했다는 걸 의미한다. 정말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체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4대강 등 토목건설에 목을 매달고, 반면 가장 효율적인 장기 투자인 교육과 의료 등 복지의 비중은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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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경제 평론가)


재정적자 메우려 ‘복지 줄이기’


예상대로 2009년에 50조원(GDP의 5%)의 적자가 났다. 외적 조건에 따라 외환위기를 맞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2010년 예산은 바로 이명박 정부의 이런 고민을 보여 준다. 금년에 정부가 예상하는 적자규모는 30조여원으로 금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세제개편안에 따라 줄어드는 세수는 작년 대비 13.3조원인데 적자규모는 오히려 20조원이나 감소했다. 그렇다면 지출을 바짝 죄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총지출(예산+기금)은 작년 301.8조원(추경예산 기준)에서 금년 292.8조원으로 9조원 감소했다. 나머지는 세수를 증가시켜 메우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항목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먹구구요(금년에 명목으로 6.6%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할 거란다), 조삼모사(내년에 받을 세금을 미리 거둬 들인단다)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세출 9조원은 어디서 줄어들었을까?



줄어든 건 복지와 교육 예산이다.


'제1회 바보들 사랑을 담그다' 김장 행사에 참가한 회원들이 09년 12월 6일 서울 안국동 조계사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 행사는 복지예산을 삭감해 4대강 사업을 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건전한 저항을 알리고 이날 담근 김치는 차상위 계층과 장애인 시설 등에 전달 됐다. (경향신문 보도사진)




작년 추경예산과 대비해 볼 때 확연하게 줄어든 부문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다. 액수로 5.7조원, -27.4%이다.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는지 기획재정부는 친절하게 내역을 설명했다. 작년에 본예산과 추경예산을 더해서 08년에 비해 무려 65%(8.2조원)을 늘렸는데 대부분 자금경색 완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긴급경영지원 자금의 증액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평균 2% 미만으로 늘어나던 액수를 갑자기 30배 이상 증가시켰으니 패닉 상태를 벗어난 지금 액수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만 현재 수준도 여전히 08년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다음으로 보아야 할 부분은 SOC, 즉 토목건설부문인데 액수로 25.5조원에서 25.1조원으로 4000억원(약 -1.6%)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분야 역시 참여정부 때 평균 2%남짓 늘어나던 예산을 작년에 무려 30% 이상 증가시킨 바 있다. 그리곤 위 분야와 달리 거의 감액되지 않았으니 여전히 우리는 토목건설에 목매고 있는 것이다.



교육예산도 줄어들었다. 작년 추경예산 39.2조원에서 금년 38.3조원으로 9000억원(약 -2.3%) 감소했다. 교육예산은 참여정부나 이명박정부나 똑같이 매년 9% 내외로 증가했는데 금년에는 오히려 쪼그라든 것이다. 사교육비는 매년 10% 이상 뛰고 있는데 공교육비는 기는 정도를 넘어 뒷걸음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금년 예산의 자랑은 복지분야이다. 금년 복지지출은 81.2조원으로 작년 본 예산(74.6조원)에 비해 6.6조원(8.9%) 증가했고 총지출 증가율의 세배에 가깝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Q&A의 두배가 훨씬 넘는 분량으로 이명박 정부의 “맞춤형 복지”를 계층별로 친절하게 홍보하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복지천국이다. 그러나 추경예산(복지분야 80.4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복지예산은 8000억원(1.0%) 증가했을 뿐이다. 더구나 복지지출에는 자연증가분이 있다. 연금을 받는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 복지 지출은 매년 자동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정부가 제아무리 줄이고 싶어 안달을 해도 결코 줄일 수 없다. 그 액수가 금년에 3조원이 넘는다. 또 보금자리주택 13만호 건설 관련 융자금도 복지예산에 포함시켰는데 그 액수는 2.6조원이다. 조금 싸게 빌려 줬다고 해서 원금과 이자 차액을 모두 예산에 포함시킨 것이다. 결국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을 위해 정부가 새로 책정한 예산이 실제로는 5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가짓 수는 늘었는데 거기에 쓰일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으니 화려한 홍보는 눈속임 아니면 언발에 오줌누기다.



규제완화와 민영화



2008년 12월 “세기적 위기를 선진일류국가 도약의 기회로!”라는 장한 제목으로 발표한 “2009년 경제운용방향”의 3대 정책 방향(경기회복, 지속성장, 장기성장) 중 지속성장 항목은 ‘규제의 최소화’, ‘세율의 최저화’, ‘금융의 글로벌 스탠더드화’, ‘정부 효율 10% 제고’, 그리고 ‘공기업 선진화’이다. 사실 이런 기조는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라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하에서도 재경부 주도로 꾸준히 추진해 오던 정책인데 경제위기를 맞아 순풍(이명박 정부)에 돛을 단 셈이다.



한국의 재벌-재경부의 소원인 3대 규제완화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수도권 규제완화였다. 이명박 정부는 이 소원을 대부분 들어 주었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 형해화했던 출자총액제한제는 확실하게 폐지됐고 산업자본은 사모펀드를 통해서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험, 증권회사를 소유한 비은행 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금융위기로 각국, 그리고 국제기구마저 각종 금융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위기를 빌미로 모든 칸막이를 없애 버렸다. 이런 기조 위에서는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인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없애기 위해 금융기관 업무 영역간 장벽을 제거하고 금융상품을 포괄 규정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2008년 촛불집회에 밀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전기-개스 민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건강보험 민영화’는 ‘괴담’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은행 민영화에 이어, 자산이 30-40조원에 이르는 네트워크 산업(전기, 철도, 수도, 개스, 우편 등)의 민영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의 적자규모만 50조원이 넘는데다, 내년부터 매년 25조원의 감세 규모를 유지하고 현재 예정돼 있는 재정지출을 집행하기만 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담배세, 주세 인상을 죄악세라는 명목으로 들고 나올만큼 증세를 하기 어렵고 또한 유동성 홍수 속에서 인플레이션 정책을 쓰기도 어렵다면 이 정부가 꺼내 들 카드는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민영화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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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경제 평론가)



1) 이명박 정부의 정책



유동성의 공급


이명박 정부의 정책의 주 항로는 ‘747’이라는 그의 경제정책 지도에 이미 그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끝난 시대’(스티글리츠)에 오히려 워싱턴 컨센서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2008년의 금융위기는 정부의 건설투자를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란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박정희식 토목건설정책을 덧씌운 것이다. 이미 흘러간 두 줄기 옛 노래를 리믹스한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





한국의 금융기관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 등 CDO를 거의 취급하지 않았으므로(우리은행의 파워인컴펀드가 예외적일 정도이다) 직접 이번 금융위기의 유탄을 맞지는 않았다. 위기는 원화 가치의 폭등과 폭락이라는, 외환위기의 조짐을 보였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부채가 많은데다 수출 증대를 위해 이른바 최강라인(강만수 당시 기재부장관과 최중경 당시 기재부 차관)이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을 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08년 9월 12일)가 일어나자 부랴 부랴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선 정부는 당시 5.25%에 이르던 금리를 현재 2.0%까지 낮추고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10월 30일), 일본 및 중국(12월 12일)과 900억 달러의 통화스왑계약을 맺었다. 또한 은행 등의 외화차입에 대해서는 정부가 총 1000억 달러규모의 지급보증을 했으며 국내적으로는 RP 재매각 및 매입(9.5조원), 국고채 매입(10.5조원), 통안증권 중도 환매(0.7조원) 등 11.2조원의 원화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결과 2009년 10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M1은 19.6%, M2는 10.5% 증가했다(<표1>). 이는 07년, 08년에 M1은 감소하고 M2가 두자릿 수로 증가하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표는 현재 각 경제주체가 현금을 움켜쥐고 있는 한국경제가 여전히 ‘유동성 함정’에 준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그것은 곧 자산버블의 연료가 차고도 넘쳐서 언제든 폭발적 자산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아직 한국의 중산층이 거품 붕괴를 두려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1> 한국의 통화 및 유동성 지표 (조원, %)

 

전년동기대비증감률

 

‘07년

 

‘08년

 

09년 8월

 

9월

 

10월

 

1월-10월

 

잔액

 

M1(평잔)

 

-5.2

 

-1.8

 

18.5

19.5

19.5

9.6

19.6

4.4.

4.8

l

371.5

 

M2(평잔)

 

11.2

 

14.3

.10.

10.0

 

10.0

 

10.5

 

11.5

 

1551

 

Lf(평잔)

 

10.2

 

11.9

 

8.0

 

7.7

 

p7.8

 

12.6

 

1990

 

L(말잔)

 

17.7

 

10.6

 

8.9

10.3

10.3

 

p10.6

 

21.7

2

2486

 

* 한국은행, “2009년 10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 2009.12

 


감세와 건설지출의 확대


감세는 신자유주의경제학의 고유 처방이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고 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시행한 정책이다. 다음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 감세안을 정리한 표이다.



 
<표2> 정기국회 통과 주요 감세 내용
 

구분

여야 합의안

종부세

 
 *주택분 부과기준은 현행대로 6억원으로 하되 1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3억원의 기초공제를 허용

 *세율을 0.5~2%로 대폭 인하

 *고령자와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대한 세액공제 도입

 

소득세

 

 8~35%의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여 2010년분 소득부터 6~33%로
 각각 2%씩 인하

 

양도소득세

 

 *9~36%의 세율을 6~33%로 3%씩 인하

 *2주택 보유자에 대한 50%세율 부과를 폐지하여 6~33%의 일반적인 
 누진세율만을 적용하고 3주택 보유자에 대한 60%의 세율도 45%로 인하

 

법인세

 현행 13-25%세율을 인하하여 10년분 소득부터 10-20%의 세율적용

* 진보신당 미래상상연구소 정리, 2009.4.

 

나아가서 정부는 개인과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중과제도(각각 법인세 30%와 양도세 60%)를 폐지하고 3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양도세 기본세율만 적용하기로 했으며(기재부, “경제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 2009. 3) 국회는 법인에 대한 감세만 2010년까지 적용하기로 수정하여 통과시켰다.



국회 예산처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감세안은 임기 중 90조원이 넘는 세수를 줄인다.(<표3>) 내년부터 매년 기준년 대비 24조원, 즉 GDP의 2.4% 내외의 적자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재정지출 또한 증가시켜야 했다는 사실이다.



<표3>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세수 단위 (조원)

 

 

2008

2009

2010

2011

2012

합계

전년 대비방식

5.5

10.5

13.3

3.8

0.4

33.5

기준년 대비방식

5.5

12.4

23.2

24.6

24.4

90.2

- 출처: 이영환․신영임(2009), [2008년 이후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국회예산정책처 경제현안분석 제41호)

- 참고: 세수감소분은 영구적용분과 일시 적용분으로 구성됨.
이에 기준년 대비방식 감소액이 전년대비방식 감소액의 단순누계는 아님.

 

이미 정부는 위기 대응책으로 유가 환급금, 유가연동 보조금 등 10조원을 지출했으며(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2008.6)), 고유가 극복 추경 예산, 경제난국 극복 수정예산을 통해 16조원을 추가로 지출한 바 있다. 2009년 지출은 4월의 추경예산까지 합쳐서 총 301.8조원으로 2008년에 비해 17.3%를 증가시켰다(<표4>). 

 

<표4> 2009년 및 2010년 분야별 지출 예산 
 

구분

05~08년 평균 증가율

08년 예산

09년 추경예산

10년 예산

R&D

12.5%

11.1

12.7(14.4)

13.7(7.9)

산업·중소기업·에너지

1.9

12.6

20.8(65.0)

15.1(-27.4)

SOC

2.3

19.6

25.5(30.1)

25.1(-1.6)

농림수산식품

4.4

16.0

17.4(8.7)

17.3(-0.6)

보건복지

11.3

67.7

80.4(18.8)

81.2(1.0)

교육

8.9

35.6

39.2(10.1)

38.3(-2.3)

문화체육관광

8.4

3.3

3.6(9.1)

3.9(8.3)

환경

7.8

4.5

5.7(26.7)

5.4(-5.3)

국방

8.0

26.6

29.0(9.0)

29.6(2.1)

통일외교

13

2.8

3.0(7.1)

3.3(10.0)

공공질서안전

7.8

11.7

12.4(6.0)

12.9(4.0)

일방공공행정

-

45.9

51.6(12.4)

48.7(-5.6)

총지출

7.2

257.2

301.8(17.3)

292.8(-3.0)

* 기획재정부 각 연도와 2010년 나라살림 국회 확정 주요내용



05년-08년의 평균 증가율과 비교했을 때 2009년 확정 예산의 분야별 증가율은 SOC(2.5% -> 30.1%)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1.9% -> 30.5%)로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사회분야인 보건복지(11.3% ->18.8%), 교육(8.9% ->10.1%) 등은 본예산에서는 감소했으나 추경을 통해 약간 늘었다.. SOC 건설 분야의 급증은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도로와 철도 등의 교통시설 확충이 주도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주로 신용보증 기금 등의 출연액이었으며 여기에 저탄소 에너지 자립의 명목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들어가 있고 환경분야에는 4대강 정비사업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급증한 부분은 전부 건설 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2009년 6월에 발표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은 2012년까지 본사업 16.9조원 직접연계사업 5.3조원으로 22.2조원인데 그 대부분은 준설, 보설치, 농업용저수지 하구둑 건설에 들어가서 국토부의 예산이 15.3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또 7월에 발표된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안)”은 2009년부터 1013년까지 총107.4조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0대 사업 중 탈석유. 에너지 자립 강화는 원자력 발전을,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는 4대강 살리기, 녹색국토.교통의 조성 역시 각종 지역개발 및 SOC 정책을 포함하고 있어서 상당 부분이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더구나 대형 토목 사업은 언제나 사업과정에서 예산이 몇 배 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로도 천문학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 두 사업의 예산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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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경제 평론가) 

이 글은 2009년 4월 일본 세카이지에 실린 “3중의 위기와 이명박정부의 실정”과 또 하나의 원고(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민족경제론)를 합치고 대폭 수정, 보완한 것이다. 특히 2장 이명박 정부의 정책 부분은 최근의 통계를 이용해서 거의 다시 썼다. 그러나 새로 한 일이란 주로 시제를 바꾸는 것이었으며 실제의 내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 글이 워낙 장기에 걸친, 또 앞으로도 지속될 대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 3중의 위기


 
“현재의 위기는 약 10년마다 오는 산업순환 상의 위기에, 시장만능론이라는 30년짜리 지배 이데올로기의 위기, 그리고 100년에 한번쯤 오는 패권국가의 위기가 겹쳐진 것이다”(정태인, 경향신문, 12월 3일자, 경제칼럼) 말하자면 ‘3중의 위기’인 셈인데 1929년 즈음의 대공황기가 이에 해당하는 유일한 역사적 사건이었을 만큼(물론 패권국가 위기의 위치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지만) 우리는 지금 좀처럼 체험하기 힘든 역사의 고비에 서 있다.


밑의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는 1945년 이후 대체로 10년마다 찾아오는 6번째 산업순환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스캔들만 봐도 80년대 말에 터진 블랙먼데이와 S&L사건, 90년대말의 LTCM사태, 2001년의 엔론사태가 있었고 이런 문제들이 그 때 그 때 미봉되다가 급기야 수습 불능의 시스템 위기로 발전한 것이 이번의 위기이다.



 


60-70년 주기의 콘드라티에프 파동으로 본다면 45년부터 70년경까지의 호황(A국면)에 이어 그 이후 전개된 하강(B국면)의 마지막 단계에 우리는 서 있다. A국면은 주지하다시피 포드주의, 복지국가, 케인즈주의가 일궈낸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다. 오랜 호황과 재정확대정책이 불러온 인플레이션, 달러본위제에 따른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는 결국 71년 닉슨의 금태환 정지 선언, 그리고 73년의 오일쇼크로 이어져 ‘영광의 30년’은 끝을 맺었다. 공화당 후보 닉슨이 “우리는 모두 케인지언”이라고 선언한 바로 그 때 케인즈주의는 이미 막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 레이건과 대처가 등장하면서 금융자본 우위의 신자유주의 시대가 열렸다. 이 흐름은 라틴 아메리카 외채위기를 겪으면서 90년대 초에 감세와 민영화, 그리고 규제완화라는, IMF-미재무성-월스트리트 3각동맹의 ‘워싱턴 컨센서스’로 정식화되었다. 80년대부터 2007년까지 미국은 평균 2.9%의 경제성장을 거뒀는데(50-60년대에는 평균 4.25%) 성장의 과실은 주로 최상위 계급에 집중되었다. 69년대말 53%를 넘어섰던 노동분배율은 클린튼 집권 8년 동안 잠깐 반등했던 것을 제외하곤 줄곧 떨어져서 현재 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상층의 금융자본은 결국 부동산, 주식 거품을 최대한 부풀리는 ‘허구의 성장’을 꾀할 수 밖에 없었다. 스티글리츠의 말 그대로 30년간 우리를 지배한 시장만능의 논리, 신자유주의는 이론적으로도, 또 실제로도 허구였다.


부족한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을 메운 것은 외채와 전쟁이었고 이것은 곧 세 번째의 장기 위기를 불러왔다. 월러스틴, 아리기 등의 세계체제론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패권이 발흥한 것은 1873년 경이며 패권이 확립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였다. 이후 70년대 말까지 안정적이던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90년대 IT붐에 입각한 이른바 ‘신경제’는 미국을 수퍼파워로 부활시킨 듯 했지만 이후 금융화의 급진전과 이라크전은 결국 미국을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2) 패닉은 진정되었는데 위기는 끝났는가?


일단 세계는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상반기에 걸친 패닉 상태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동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경쟁적으로 케인즈주의적 재정정책을 펼친 예는 자본주의 사상 최초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미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가 모두 GDP의 6%에 이른 파산상태의 미국경제, 그리고 가장 거대한 국채비율에 시달리는 일본이 이런 대규모 지출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실제로 오바마는 이미 여러번의 금융스캔들이 드러낸 잘못된 유인구조와 부적절한 규제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지 않았다. 예컨대 회계법인은 기업의 분식회계를 도울 유인을 가지고 있고 신용평가회사는 실제보다 높은 평가를 내렸다가 문제가 생기면 한꺼번에 등급을 내려 위기를 촉진하며 경영자들 역시 단기 이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제도, 그리고 그램-리치-브릴리 법을 비롯해서 투자은행과 파생상품의 규제를 포기하게 만든 수많은 제도를 바로잡고 연방은행에 시스템 위기의 관리라는 광범위한 목표를 수행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묶어 지주회사로 편입시키면 오히려 위기가 확대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비책은 마련하고 있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훨씬 규모가 큰 CDS, 회사채, 자동차 채권 등에서도 앞으로 1-2년 내에 추가로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더 규모가 큰 상업용 부동산의 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또 한번의 패닉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과연 현재의 미봉적 금융 대책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스티글리츠의 비유대로 수혈을 아무리 해도 뇌출혈 환자가 건강해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근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위기의 진원인 동시에, 세계의 자본을 불러 들여 부채를 보전하며또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황금거위인데 오바마는 칼을 대기는 커녕 오히려 거위의 체중을 불리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로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조에 성공했다. 일단 금융위기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대공황 때와 같은 마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으며 각국 소비가 급격하게 축소되는 사태를 막았으며 따라서 일부 국가의 수출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양새를 낳고 있다. 전 세계가 유동성이라는 산소공급기 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형국인데 과연 언제(어느 정도의 버블이 형성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급격한 신용위축을 맞지 않는 방식으로) ‘출구전략’의 공조를 이뤄 내는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세계경제의 진로는 바로 이 글로벌 유동성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라는,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달려 있다. 특히 미국의 저이자율로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로 몰려든 달러가 자산거품을 만들고, 그것이 경기회복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머지 않아 동아시아가 새로운 진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


더 큰 장기적 문제는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과 국제통화체제이다. 1945년에서 71년까지는 금태환을 전제로 하는 달러 페그제로 이른바 트릴레마(자유로운 자본이동, 고정환율제, 독립적인 금융정책 중 두가지 이상을 선택할 수 없다) 중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포기한 것이었고, 70년대 중반부터는 셋 중 고정환율제를 포기한 체제로 서로 다르지만 달러가 기축통화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두 체제 모두 강한 달러를 배경으로 A국면에는 유럽의 수출주도성장을, B국면에는 일본과 아시아 닉스, 그리고 이어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수출주도성장을 부추겼다. 모든 기축통화국가는 강한 통화라는 국제질서 유지 비용은 국제수지 악화로 나타난다(트리핀의 딜레마) 문제는 미국의 경상수지가 적자를 넘어 80년대 이래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데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든, 아니면 인플레이션으로 대응하든 아시아 국가들이 대외지불준비금(외환보유)을 달러로 보유할 유인은 점점 약해질 것이다. 이번의 금융위기는 이런 상황에 ‘자비의 일격’을 예고했지만 G20, 또는 미국과 중국은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브레튼우즈”체제는 아마도 과거 EMS(유럽통화체제)의 복합바스켓제도일테지만 이것이 공식 제도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켄그린이 예측하는대로 달러와 유로가 사실상의 복수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다가 여기에 아시아 통화(위앤이나 엔, 또는 아쿠)가 추가되는 정도가 현실적인 경로가 아닐까?


어느 경우든 미국의 달러 패권은 무너진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지만 이라크전에서 보듯이 한 나라를 완전히 제압하기에도 역부족이다. 현재의 10년짜리 위기가 파국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꽤 오랜 동안 우리는 지극히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기존 패권은 무너지고 있지만 신흥 패권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 신자유주의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축적의 원리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1980년대 중반의 플라자협정, 그리고 미일반도체협정을 떠올리며 만만한 나라에 비용을 치르게 하는 단기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이다. 다만 이제 그 상대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이 미국의 고민일 테고 훨씬 만만한 상대로 한국이 자동차 등에서 먼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목숨을 건 환율전쟁, 금리전쟁, 통상마찰, 심지어 군사적 전쟁… 그 한 복판에 한반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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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경제평론가)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


“한국이 중요한 위치에서 주요한 일을 한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G20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말씀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성실한 중재자'를 자임했으니 이명박 대통령은 전임 어느 대통령도 꿈꿀 수 없었던 역사적 사명을 떠맡은 것이다.






우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미중간의 환율전쟁에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된다. 유독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만 환율조작이라고 말하려 한다면, 전 세계 통화를 모두 절상시킬 것이 틀림없는 미국의 달러 증발(QE)은 왜 환율조작이 아닌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인민폐(위앤화)를 20% 내지 40% 절상한다고 해서 미국의 경상적자가 해소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무려 15년에 걸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가 과연 미국의 경상적자를 줄였는지,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G20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해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1971년 닉슨의 금태환 정지 선언으로 붕괴한 브레튼우즈 체제를 대체하기 위한 구상은 70년대 말에도 진지하게 논의됐다. 하지만 결국 금융자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종교적 해결책을 택하고 말았다.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여 환율을 시장에서 결정하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믿음이 이번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사상 초유의 비용을 치르고 우리가 배운 교훈은 이제 국내외 자본이동의 속도를 늦추고 금융자본의 몸집을 규제해야 하며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세가지 과제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금융거래세와 은행세를 부과하여 자본의 이동속도와 몸집, 그리고 모험적 행동을 규제하고 한 나라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는 새로운 국제통화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곧 외부성과 공공재의 문제이므로 모두가 협력해서 해결해야 하는 국제 차원의 사회적 딜레마이다. G20의 존재 의의가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가 연초에 도입한 선물환규제는 자본유입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거래세의 방향과 다르지 않다. 한국정부는 은행의 이윤과 보수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은행기관세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 논의도 한결 활기를 띨 전망이다. 또한 우리가 새로운 의제로 제시한 금융안전망이란 치앙마이 협정을 공동의 준비금제도로 확장하는 구상이 아닐까? 이 또한 ‘새로운 브레튼우즈’의 방향과 어긋나지 않는다.



후진타오와 오바마를 설득하라



후진타오 대통령에게는 환율분쟁에서 벗어날 방안을 귀뜸할 수 있다. 한국은 1인당 GDP가 지금의 중국과 비슷한 4000 달러일 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했다. 미래의 불안이 해소된다면 현재 35%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의 가계소비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옛날 얘기를 들려 줘야 한다. 70년대 말 달러 위기 때 당시의 C20이 새로운 기축통화를 주장하자 미국은 흑자 조정 메커니즘을 제시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한 바 있다. 케인즈는 일정 수준 이상의 흑자에 대해서도 일종의 벌금을 물리는 국제청산동맹을 아주 오래 전에 제시했다. 당시 거대 적자국이었던 영국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 케인즈안이며 이제 오바마 대통령은 케인즈의 처지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2011년에는 파리에서 G20가 열리고 여기서 금융거래세와 새로운 국제통화질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만일 서울에서 물꼬가 트이고 파리에서 마무리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은 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G20 보도나 치안에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이제 4대강만 중단하면 대한민국 최초로 국내외의 존경을 동시에 받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내 백일몽이 아니길 빈다.




(10월 22일 경향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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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ouis vuitton bags 2013.04.08 2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이 슬퍼 느낄 때 고통, 무슨 내용을 보려면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학습은 천하무적 할 것입니다.


정태인(경제평론가)


중국의 세대 교체


참여정부 초기 2년간 대통령의 “동북아 비서관”이었던 나는 중국을 자주 들락거렸다. 공식 대화 상대인 중앙부처의 차관급들은 의외로 젊었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나보다도 더 어려 보이는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당시에도 환율이 문제였는데 대부분 유학을 다녀온 이들은 조목 조목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약간의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자신감 뒤에 비웃음마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능히 알아챘을 것이다.

“참 대담한 생각인데 미국이 가만히 있을까?” 내가 비공식 자리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구상을 설명할 때 마다 장관급 인사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60대인 이들에게 “도광양회”는 애써서 실천해야 할 지침이 아니었다. “어찌 이렇게 다를까?” 이 수수께끼는 나중에 중국 정보기관 관계자를 만났을 때 풀렸다. 젊은 그들은 엘리트 중 엘리트 코스를 밟는 이른바 ‘태자당’ 출신일 것이며 40대에 차관이 되지 못하면 끝이라고 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이들이 57세의 시진핑부주석과 함께 2012년부터 중국을 이끌 것이다. 과연 새로운 국제질서가 순조롭게 자리잡도록 이들이 “화평굴기”를 이뤄 낼 수 있을까, 아니면 70년 전 처럼 세계를 격렬한 갈등 속으로 몰아 넣는 패권 대결로 치달을까? 당시나 지금이나 배경은 똑같이 세계금융위기이다. 그리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환율전쟁이 불붙고 있다.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와 중국 때리기


80년대 미국의 길거리에는 일본 자동차가 놓여 있었고 지나가는 시민이 1달러를 내고 자동차를 패는 놀이가 유행했다. 일본 때리기이다. 무역과 재정의 쌍둥이 적자가 일본의 환율 조작 때문이라는 광신이 전염병처럼 번졌을 때의 일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종교에 따르면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깎아야 하며 80년대의 소련이든 아니면 90년대 이후의 테러리스트든 자유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세력은 무력으로 제압해야 한다. 그 결과 재정적자가 쌓이면 채권을 많이 발행할 수 밖에 없고 이자율은 높아진다. 미국 내에서 채권이 소화되지 않는 정도에 이르면 외국 돈이 들어와야 한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이지고 달러화는 절상된다. 미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무역적자가 커지면 그 보전을 위해서 다시 해외자본이 유입되어야 하고(미국에 투자를 하건, 미국은행에 저축을 하건, 아니면 미국의 채권을 사건) 미국 달러화는 또 다시 강해진다. 이렇듯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는 이자율과 환율을 매개로 서로 물고 물리면서 동반 상승했다.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와 전쟁을 신봉한 공화당 정부 때 줄곧 벌어진 일이다.


1985년 미국은 일본과 플라자협정을 맺었다. 엔화를 극적으로 절상시켜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동시에 금리도 낮춰서 미국으로 자금이 흐르는 상황은 유지되도록 했다. 그 효과가 나타난 것이 클린턴 8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오바마정부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그림이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미국은 중국 때리기를 시작했다.



MaKinnon, Schnabl, The Case for Stabilizing China's Excange Rate, China and World Economy, 2009에서 재인용

<그림> 중국과 일본의 대미국 무역수지



매키넌과 슈나블은 21세기 들어서 중국 때리기가 시작됐다고 보는데 글 첫머리의 일화가 바로 그 상황이었던 것이다. 85년의 플라자협정과 더불어 일본의 흑자는 10년 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 시기에 맞춰 중국의 무역흑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제 중국 때리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중국의 인민폐(위앤화)는 1994년까지 호환성이 없었고 94년부터 2003년까지는 달러에 연동한 고정환율제(달러페그제)였다. 그리고 2004년부터 매년 6% 정도씩 일정한 속도로 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중국의 무역흑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현상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미국 내 중국 수입품들의 가격탄력성이 낮아서(즉 중국 수입품의 값이 올라도 그래도 싸기 때문에, 또는 워낙 제품이 좋아서 미국인들은 계속 중국 물건을 산다) 오히려 중국의 흑자가 늘어난 것일 수 있다. 아니면 버그스텐의 주장대로 아직 절상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며, 중국 기업이 매년 6%의 절상분을 생산성 향상이나 이윤축소로 계속 흡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인민폐를 ‘인위적으로’ 절상해야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된다고 주장할 강력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버그스텐의 주장을 따른다 하더라도, 100% 이상 엔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은 일본에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그림> 참조) 중국의 수출 감소를 다른 나라, 예컨대 베트남이나 멕시코의 제품이 메꿔서 미국의 적자는 변함이 없을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의 환율이 조작의 결과라고 말할 이론적 근거도 좀처럼 제시하기 힘들다. 어느 나라든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다른 나라는 괜찮고 유독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만 환율조작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학계나 국제기관이 계산한 각종 균형 환율을 기준으로 삼아 인민폐를 20%-40% 절상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적자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적자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절상해야 한다는 어거지가 아니라면 미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단지 이 모든 문제를 일으켰을 법한 마녀를 찾았고 유럽 등을 대상으로 사냥을 선동하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서 전 세계 통화를 모두 절상시키는 미국의 달러 증발은 왜 환율조작이 아닌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시행할 미국의 통화증발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대내적 정책이라고 주장한다면 중국의 환율정책 역시 대내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2003년까지 중국의 달러화 페그는 물가안정정책에 가까웠으며 그 이후에는 자국에 쌓여 있는 어마어마한 달러화 자산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누구에게나 위앤화 절상이 뻔하다면 외국으로부터 자본이 몰려 들어오고 중국의 민간 은행 역시 달러를 기피할 것이다. 인민폐가치가 치솟고 외환시장의 자기충족적 성격 때문에 “이건 아무래도 너무해”라는 선에 다다를 때까지 오버슈팅이 일어날 것이다. 또 어느 순간에는 썰물처럼 외국 자본이 빠져 나가 서 민간의 달러표시 부채가 많은 나라의 경우 이번에는 외환위기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는 인민폐가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겪는 현상으로 한국 등 흑자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에 외환보유고를 한없이 쌓아둘 수 밖에 없다.



문제의 장기적인, 그러나 올바른 해결책



근본적으로 미국의 경상적자가 쌓이는 것은 자신의 능력보다 더 쓰기 때문이고 이 돈을 아시아의 흑자국들이 미국 재무성 증권을 사거나 미국에 투자하는 형태로 보전해 줬다. 결국 미국의 순저축(저축-투자)이 마이너스인 것이 문제이고 반대로 중국 등 아시아의 순저축은 플러스인 것이 불균형의 원인인 셈이다. 또 하나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IMF 굴욕’을 방지하려는 강한 유인을 가지고 있다. 만일 아시아의 흑자국들이 자국 통화를 국제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면 현재와 같이 거대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수익성 있는 투자기회를 마다하고 이자가 없거나 낮은 달러 또는 재무성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 손해이기 때문이다.


정의 상 제로섬 게임인 환율전쟁에서는 어느 나라의 굴복 외에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므로(치킨게임의 균형이 그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국 내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쪽이 올바른 길이다. 중국의 가계소비는 GDP의 35%에 불과하며 미국의 민간소비는 GDP의 70%에 이른다. 무역과 소득에 관한 항등식은 순저축의 차이가 곧바로 무역 적자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최근 중국의 전인대회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듯 하다. 다만 1인당 소득 4000달러에서 한국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중국의 복지를 대폭 확장하는 정책을 제시해서 다른 나라들을 확신시켜야 할 것이다. 만일 미래의 불안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면 중국민이 지금처럼 저축율 50%를 상회할만큼 내핍 생활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아시아의 수출지상주의는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도 않고 장기적으로 유지불가능하다. 외환보유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만큼 본원통화(M1)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통화승수만큼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꿈틀거릴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불태화정책을 쓴다면(즉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서 통화를 환수하면) 수출부문에는 돈이 많고 일반의 돈은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다. 과잉생산능력이 우려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남아도는 돈은 부동산이나 증시로 몰려갈 것이다. 자산 버블은 일반 국민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어떻게든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은 저축을 늘릴 것이다. 다시 무역흑자는 확대된다. 국내의 자산 버블을 제거하는 자산재분배정책, 그리고 의료보장성을 확충하는 등 복지의 확대는 빈부격차의 해소를 넘어서 현재의 통상마찰을 해결하는 올바른 길이다.


한편 아시아국가들이 외환보유고에 집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통화불일치의 문제 때문이다. 만일 기축통화가 미국의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면, 또한 투기적 자본이동을 규제할 수 있다면 통화불일치에 따른 환리스크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을 것이고 현재와 같은 수출 증대 유인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지금 새로운 국제통화체제 구상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이다. 중국의 저우샤오찬 인민은행 총재가 작년에 제의한 SDR 기축통화론이나 스티글리츠가 완화된 형태로 제의한 케인즈의 국제통화 구상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인즈의 국제청산동맹안이 당시 거대 적자국이었던 영국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흑자국과 적자국이 동시에 책임을 지는 새로운 국제통화체제야말로 미국이 스스로의 체면을 구기지 않고 패권국가가 치러야 할 비용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방안이다. 또한 국제금융, 그리고 국제통화의 모든 문제가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부터 버려야 미국이 살아날 길이 열린다. 한마디로 금융자본의 이익에 의존하는 경제란 이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신세대 중국 관료들은 “도광양회”에 익숙한 중국 정치가나 친미 일본 관료들과 전혀 다르다. 이들은 미국 경제학의 허점을 훤히 꿰뚫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압력으로 플라자협정과 같은 일시적 미봉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헛된 꿈을 하루 빨리 버리고 장기적으로 올바른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국내외 금융자본의 이동속도를 늦추는 금융거래세, 그리고 새로운 기축통화에 기초한 국제통화체제가 그것이다.


(시사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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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oms sale 2013.04.16 0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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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사랑하는게아니라,널사랑하니까,Topics related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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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너밖에없다는거


정태인(경제 평론가)


한국의 역할?

 

"외국인을 만나면 겁먹지 말고 “HELLO” 하며 웃어보세요!"

 


(연합뉴스 제공)

 

G20를 앞두고 정부는 이제 시민들의 에티켓 교육에 나섰다. 이름하여 ”글로벌 에티켓 10계명“이다. 물론 이 계명을 어기면 가차없는 법의 응징이 기다라고 있다는 경찰청의 지하철 홍보도 매일 보아야 한다. 김연아와 박지성도 나섰다. 서울올림픽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한국은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 한국은 이번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서 선진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한다. G7과 BRICS, 그리고 기타 발전 도상국을 잇는 “선량한 중재자”의 역할을 할 것이며 이명박 대통령은 심지어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문제도 중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세계경제 최고의 난제를 푼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한국 정부는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알 도리가 없지만 이번에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새로 제출한 “금융안전망” 의제에서 뭔가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금융안전망의 모델은 아마도 치앙마이협정일 것이다. 몇몇 나라가 외환을 준비했다가 일시적 외환부족 사태를 맞는 경우(지난 2008년이 그랬다) 서로 빌려줘서(스왑)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안정적인 국제제도로 만들 수 있다면 현재의 아시아국가들처럼 천문학적인 외환보유고를 쌓을 유인이 줄어들고, 따라서 수출 증대를 위해서 환율에 목 매달 필요도 없어진다.

 

더구나 흑자국이 쌓아 놓고 있는 외환보유고는 대단히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 그 중 상당 부분은 미 재무성 증권으로 보유하는데 그 수익율은 국내외 다른 투자기회보다 훨씬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안전망이 갖춰진다면 이들 나라는 외환보유고를 국내 소비와 투자에 사용할 것이고 이는 적자국의 수출을 늘릴 것이다. 그러므로 글로벌 불균형 문제의 해소, 즉 리밸런싱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장담 뒤에는 이 정도의 논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면 사르코지 대통령이 말하는 새 브레튼우즈체제가 된다. 미국 역시 지금처럼 달러의 신뢰가 흔들린다면 기축통화를 유지하는 대가로 국내 금융정책의 재량권을 잃을 수 밖에 없으니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처럼 경제력의 다극화가 급진전된다면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는 비용은 더욱 불어날 것이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2차 대전 종전기 케인스의 고뇌를 살펴 보아야 한다. 새로운 체제는 SDR이든 아니면 케인스의 방코르든 새로운 기축통화를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오바마대통령이 시뇨리지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곧 정치적 파산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신 그는 세계금융위기를 구한 진정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오바마를 설득할 수 있을까?

 

한국이 이런 대담한 제안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르코지와 유럽 국가들에게 길을 열어주며 중국의 장기 계획을 만족시키며 미국의 우아한 퇴각을 도울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 그리고 G20에 참가하지 못하는 123개국에 대해 선량한 중재자가 되는 길이다.

 

한가지 더. 한국 대통령이 금융거래세를 앞장서 주장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와 씨티(런던의 금융가)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와 집단이 찬성할 제안이다. 루스벨트의 뉴딜이 그랬듯이 금융자본의 과잉권력을 제압하지 않고서는 이번 위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여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선물환규제를 단행하고 은행활동세를 수용한 신현송 국제경제보좌관이 청와대에 있다는 것이 한 가닥 희망이다.

 

한국의 기획재정부를 제압한 실력과 월스트리트의 비판에 당당하게 맞선 배포라면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나아가서 이명박 대통령이 세계 시민들의 이런 소망에 호응한다면 ‘불통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말끔하게 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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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경제 평론가)


더블딥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방법은 없는가?

 

현재 G20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피츠버그 회의에서 사르코지가 제안하고 독일과 영국이 지지하고 있는 금융거래세가 최선의 방책으로 보인다. 이 금융거래세를 외환 거래에도 적용한다면 내가 연전에 “쓰나미를 막을 방파제”로 제안한 이중가변 토빈세가 된다.
 

증권거래세인 케인즈세와 외환거래세인 토빈세를 결합한 이중가변 토빈세(자본유출입 및 경기상황에 따라 세율을 조정한다는 의미에서 가변)를 도입할 수 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적용한다면 일정 세율로 부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는 자본이 신속하게 이동하지 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너무나 빨리, 그리고 너도 나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따라서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면 적어도 경기증폭성은 대폭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위포(WIFO)연구소의 슐마이스터(Stephen Schulmeister)는 0.05%라는 낮은 세율만 매겨도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6,500억달러의 세수가 걷힐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정도 규모면 위기 때의 구제금융 뿐 아니라 발전도상국의 환경 문제나 식량/에너지 문제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또 다른 은행세, 예컨대 금융기관의 이윤과 보수에 매기는 금융활동세(Financial Activity Tax·
한국정부는 금융활동세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세금의 목적은 지나친 투기이익 추구를 제한하는 것이다)를 추가로 도입한다면 두 세금을 적절히 조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위기와 관련해서는 G20은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지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논의되고 있던 IMF와 세계은행의 지분 조정만 추구되고 있다.




워싱턴 G20 금융정상회의 (연합뉴스 제공)



IMF는 이제 인식하기 시작한 경기증폭성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주범이다. 자본자유화, 민영화, 긴축정책 등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출 조건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IMF 개혁이라면 의사결정의 민주화, 즉 세계 모든 나라가 금융의 역할과 국제금융기구의 정책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G20에서는 오직 미국만 가지고 있는 비토권(15%)을 전혀 손대지 않은 채 단지 5%의 선진국 지분을 중국 등에 이전하는 방안을 놓고 누구의 지분을 줄일 것인가 대립하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인식은 심각하지만 각국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환율전쟁, 그리고 보호무역조치에 의한 보복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증현 장관이 얘기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다. 더블딥이라는 최악의 해를 피하기 위해 결국 합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이 게임이 치킨 게임으로 변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 또한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다. 어느 한 쪽이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흑자국과 적자국이 모두 만족할 글로벌 공공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 G20의 목표일 테니까 말이다.

 

현재 제출된 해법 중 가장 현실성이 높은 것은 케인스의 방코르안, 또는 이를 변형한 스티글리츠의 “아주 온건한 방안”일 것이다(방코르는 케인스가 이름지은 새로운 기축통화이며 UN 스티글리츠 리포트는 SDR을 기축롱화로 삼고 있다).



사르코지가 되풀이하고 있는 새 브레튼우즈(new Brettonwoods)도 결국 새로운 기축통화를 상정하고 있을 것이다. 순적자국은 청산동맹(현재 IMF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국제기구)에서방코르를 대출받고 순흑자국은 예치하면 그만이다. 다만 케인스는 흑자국이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누적 흑자가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오히려 벌금을 내도록 해서 끝없이 흑자를 쌓을 유인을 없애도록 하고 있다.


* 세카이지(2009.4, 790호 별책)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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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경제 평론가)



(1) 문제의 소재와 경과



2008년 12월 워싱턴에서 태동한 G20은 공동의 위기에 대한 절박한 대응이었다.




워싱턴 G20 회의 (AP연합뉴스 제공)

 


물론 그들이 내세운 목표는 위기의 재발을 막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금융의 외부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 성격에 따라 어떻게 시스템 안정성이라는 공공재를 공급하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국제금융시스템은 정확히 글로벌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공공재 문제를 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글로벌 공공재는 한 나라가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 이것이 G20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핵심이다.

 

과연 G20은 그동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왔는가. 앞에서 본 것처럼 일단 패닉을 막았다는 점에서는 워싱턴과 런던 서미트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절박한 상황이 지나가자 공공재 공급에 고유한 집합행동의 논리가 작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결국 제4차 G20인 토론토 서미트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아무 것도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효율적 자본시장 이론, 신자유주의는 포기되지 않았다. 주주자본주의라는 1980년대 이래의 이념과,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WTO로 이뤄진 국제경제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반성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G7(러시아까지 포함하면 G8)이 G20로 바뀌었다는 것이 상징하듯이 3중의 위기 각각에 대해 부분 수정을 꾀하고 있을 뿐이다.

 

우선 첫 번째 위기에 대해서 G20이 경기증폭성(procyclicality)의 문제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부분적 발전이다.



효율적 자본시장 이론이 가르치는 것처럼 순식간에 자본이 이동해서 환율, 이자율 등 금융변수들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면 버블(과 같은 비합리적 파동)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모든 규제는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제2의 대공황을 맞고서야 경기증폭성의 문제(
이 문제는 대공황 때 어빙피셔나 케인스가 익히 지적한 바 있다. 대공황의 교훈을 그동안 단지 무시했을 뿐이다)에 관해 눈을 뜨게 했다. <표 1>에 보듯이 금융규제개혁과 금융인프라 개혁은 분명히 이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불투명한 회계제도와 신용평가의 문제점도 일부 개선될 것이다.




<표1>




예컨대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감독 정책이 오히려 경기증폭성을 강화하므로(호황기에는 건전성 지표가 좋아지므로 일시에 대출 및 투자가 확대되고 불황기에는 그 반대쪽으로 작용하므로 개별 건전성 감독이 오히려 거품의 형성과 붕괴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호황기에는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하고, 불황기에는 낮은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하는 완충자본을 설정한다(호불황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나아가서 호/불황의 판단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 등이 문제의 초점이지만 일단 IMF 등이 기술적으로 처리하게 될 것이다).

시장가격으로 자산을 평가하면 호황기에는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과대평가하고 불황기에는 과소평가하게 되므로 공정가격개념을 도입하고(여기서도 공정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핵심 문제가 된다) 직접적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규제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금융은 외부성이 강하게 작용하므로 BIS 규제가 양호한 금융기관도 파산할 수 있다.



이러한 전이 위험을 막기 위해 최저 자기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후순위채 등을 제외한 양질의 자본(Core Tier1 Capital)을 자기자본으로 규제하고 단기적 유동성 관리 평가기준으로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을, 장기적 유동성 관리 평가기준으로 순안정자금 조달비율(유동성커버리지 비율(=고유동자산/순현금유출)과 순안정자금 조달비율(=이용가능 안정자금/필요 안정자금)을 각각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감독한다)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첫 번째 위기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왜곡된 유인체계와 이해상충 문제는 위험관리를 위한 금융인프라 개혁에서 취급하고 있다. 엔론 사건 등에서 이미 문제가 드러났듯이 회계사와 신용평가사 역시 금융위기의 발발에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인 장부외 거래의 회계처리 문제나 신용평가사의 경기증폭적 역할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미계 대형 회계회사와 신용평가사의 이해가 직접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기의 핵심 주역은 뭐니 뭐니 해도 투자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였다. G20은 이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의 문제로 취급한다. 이들의 파산은 곧 시스템 위기를 가져오고 이에 따라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을 구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우리도 재벌 문제로 익히 경험한 “대마불사”의 상황이 되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가 대규모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2010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위험 투자를 직접 규제하는 볼커 룰을 제안했다. 그러나 입법화 과정(“도드-프랭크법”)에서 시스템정리기금(Systemic Dissolution Fund·현재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 중 금융위기에 대비해서 금융회사들로부터 사전에 갹출되는 보험료 성격의 세금으로 조성된다)은 삭제됐고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조항(투자은행과 상업은행 업무의 분리를 의미)은 Tier1 자본의 3% 이내로 완화됐고 장외파생상품 취급을 금지하도록 한 조항도 완화됐다.



이런 미국의 상황은 G20의 논의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기관 임직원의 단기 실적주의를 유도하는 보상체계에 관해서는 금융인프라 개혁의 위험 확대방지 항목에서 다루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보상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하고 위험감수 유인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형 금융기관과 연계되어 있는 헤지 펀드와 사모펀드 규제도 마찬가지의 운명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헤지 펀드가 역내에서 영업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고 거래내역과 레버리지 규모,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영미권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의 주역이 이들 금융기관이었다면 그 수단은 자산유동화증권과 이에 기초한 파생상품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들 금융신상품이 위기를 분산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에 관한 대책은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청산소 결제방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제출되었다. 청산소가 거래 상대방의 신용리스크를 공개하고 CDS 가격 및 거래량 등을 공시하며 청산소 외 거래에는 자본충당규제를 강화하여 거래비용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금융혁신” 자체가 이런 규제를 회피하는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감독기구가 이를 얼마나 규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첫 번째 위기와 관련해서 거시건전성 규제가 도입되었을 뿐 대형은행이나 헤지펀드 등 행위 주체, 그리고 장외파생상품이나 증권화상품 등 수단에 대한 규제는 유야무야될 전망이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현재의 위기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것이라면 월스트리트 등 금융자본의 힘을 제어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가 더 큰 위기로 발전되고 나서야 금융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시작 될 것으로 보인다.


* 세카이지(2009.4, 790호 별책)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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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eap ghd nz 2013.03.24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은 하나의 실험이다.실험이 많아질수록 당신은 더 좋은 사람이 된다.9 |

  2. pandora jewellery 2013.03.31 0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되지만, 기쁨을 나누면 배가된다.


정태인(경제 평론가)


3) 이론부재의 위기


현재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여기 소개한 것들은 단지 몇 가지의 단편일 뿐이다.



앞의 두 절에서 잠깐씩 소개가 됐지만 다양한 수준과 영역에서 이론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신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무런 문제없을 것이라고 강변했던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자 수많은 시장주의자들이 지금 입을 다물고 있지만, 특히 시스템을 개혁하는 정책이 구체적으로 제기되자 이들은 반대 논거를 제출하고 있다.



90년대 이후의 효율적 자본시장이론이나 금융시장 자유화/개방론, 글로벌 불균형 불가피론 등에 관한 주류경제학의 연구는 도서관 몇 개를 채울 정도로 쌓여 있다.



(참고)


* 글로벌 불균형이 점점 더 커지면 언젠가는 각국이 달러를 내다 팔 위험(1971년 닉슨 쇼크는 바로 금-달러 본위제 하에서 이 문제가 터진 데 대한 대응이었다)에 대해서 퍼거슨, 쿠퍼 등은 차이메리카(chimerica)론(양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공동 이익이다), 경로의존성(달러를 보유하는 관행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대안부재론(유로도 달러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등을 만들어 이러한 불균형이 지속가능할 뿐 아니라 심지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이러한 연구들이 버블의 존재를 부정하고 규제완화의 문제를 호도했다. 예컨대 그린스펀은 부채와 투기의 증가는 금융시장 혁신의 결과일 뿐이며 혁명적인 위험관리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구조적 변화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심각해 보이지만 그것은 과거의 눈(경제학)으로 보기 때문이며 새로운 구조(신경제) 하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으며 오히려 미국경제가 강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이런 류의 주장은 글로벌 불균형에 대해서도 쿠퍼 등에 의해 여러 형태로 변주됐다.

 

2009년 미국은 7-80년대에 오랜 앙숙이던 통화주의와 케인즈주의의 두 위기 처방책을 모두 강력하게 시행했다.



2008년 9월 이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정책은 기실 프리드먼과 슈워츠의 대공황 연구에 나온 처방전, 그리고 버냉키가 대공황 당시 Fed의 오류를 프리드먼에게 사과하고 “이제 우리는 당신(프리드먼) 덕분에 더 이상 그런 위기를 맞지 않게 됐다”고 상찬한 그 처방전을 그대로 따랐다.


 

故 밀턴 프리드먼 전 시카고 대학 교수 (AP연합뉴스 제공)




(참고로
위 연설은 프리드먼 90세 생일 축하연에서 한 것이다. 한편 현대 통화주의의 핵심은 통화정책은 강력하므로 정부의 자의가 아니라 준칙에 따라 공급해야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의 분석을 그대로 따르면 대공황은 순수하게 금융 현상이었고 따라서 이에 대한 처방은 강력한 통화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버냉키 역시 이 이론을 정확히 따르고 있는데 정작 이들을 좌절시킨 것은 미국경제가 이미 케인즈가 70여년 전에 갈파한 것처럼 ‘축장성향’(propensity to hoard)의 급등에 따른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유동성의 무한한 공급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오바마는 무려 85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지출을 했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의 처방전이다.



그러나 2010년 현재 이들 정책은 패닉을 막는 데는 성공적이었지만 경제를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전 세계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승수는 작동하지 않았고 금융완화정책은 환율전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가장 분명한 것은 국내 금융제도 뿐 아니라 국제금융시스템을 만들 때 금과옥조로 삼았던 효율적 자본시장 이론, 그리고 자본시장 개방의 논리가 파산했다는 사실이다.



자본시장의 각종 변수, 환율이나 금리가 재빨리 오르내려서 균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주기적 금융위기라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낳았고 그 결과 세계적 불평등이 초래되었다. IMF는 효율적 자본시장의 논리에 따라 위기를 맞은 나라에게 오히려 자본시장개방과 긴축정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이 위기를 맞자 이들은 정반대의 처방을 했다. 자국의 현실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이론의 파산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효율적 자본시장이론으로 무장한 주주자본주의는 극히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도록 함으로써 장기의 체제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뻔히 눈에 보이는 버블 자체나 글로벌 불균형을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그토록 자신 있게 부정할 수 있었던 것은 효율적 자본시장 이론이라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바벨탑이 뒤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더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강구하기 위한 이론도 뚜렷하지 않다.

 

금융위기가 어떻게 실물위기로 전이되느냐, 즉 민스키가 제기한 금융불안정성이 불황으로 발전할 조건에 관해서는 아직 정설이 없다.

 

예컨대 부채-불황(debt deflation)의 전형이랄 수 있는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에 관해서도 뚜렷한 답이 없는 상태이다. 부채불황은 어빙 피셔가 대공황기에 이름 지은 것으로, 과다 부채가 디플레이션을 낳고 자산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실질부채가 커져서(빚을 갚기 위해 팔아야 할 자산의 양이 많아진다) 다시 경기침체를 악화시키는 상황을 말한다.

 

심지어 버냉키는 버블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며 따라서 “자산 가격을 잡기 위해 통화정책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2006년에도 버냉키는 전반적으로 주택가격의 상승은 경제 펀더멘털이 좋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반면 스티글리츠는 Fed가 통화가치의 안정이라는 좁은 목표를 넘어서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제금융(bail out)의 방식을 놓고 벌어진 논쟁은 결국 위기의 공포에 밀려 (부분)국유화로 정리됐다. 탈레브 분포(taleb distribution)와 시가평가(mark to market accounting)가 겹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대형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

 

* 탈레브분포는 높은 확률로 약간의 이익을 보는 반면 낮은 확률로 거대한 손실을 보는 상황이어서 기대이익이 작은 음수(예컨대 -0.2)인 분포를 말한다. 거대한 손실에 직접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사람들은 언제나 그 ‘약간의 이익’을 보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펀드 매니저가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는 무수한 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챙기고 엄청난 사건이 터질 때는 다만 사직하는 것으로 책임을 면하는 현재 상황도 이런 분포로 설명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금융제도가 이런 분포를 취한다면 금융위기는 언제나 재발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블랙숄즈 공식으로 유명한 숄즈 역시 인식하고 있었다.

 

마치 갓길 운행 등 교통위반으로 조금 더 빨리 가는 사소한 이익을 보는 데 익숙해진 운전자가 결국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높은 것처럼, 헤지 펀드 등의 사업방식은 대규모 금융 사고를 일으키도록 되어 있다.



지나치게 단순하게 설명했지만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이런 오류를 내장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시정할 것인가는 답이 없다.

 

이론적 문제는 사실 미시경제학의 기본 가정에까지 이른다. 인간은 과연 합리적인가, 적어도 장기적인 이해득실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가,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행동하느냐 등 행동경제학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사실 미시경제학의 기초를 허물어뜨렸다.



글로벌 불균형 문제처럼 너무 방대하고 정치적인 문제라서 경제학이 정확한 답을 내 놓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경제학은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말하자면 쿤이 이야기한 정상과학으로서 경제학은 생명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이 밝힌 여러 문제를 상기하라. 현재 번역된 책으로는 <승자의 저주>(이음)가 많은 역설적 현상을 담고 있으며 더 원리적인 것으로는 <상식 밖의 경제학>(청림출판)이 참조할 만하다.)


* 세카이지(2009.4, 790호 별책) 게재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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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ike air max 90 2013.03.24 1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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