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경제 평론가)


재정적자 메우려 ‘복지 줄이기’


예상대로 2009년에 50조원(GDP의 5%)의 적자가 났다. 외적 조건에 따라 외환위기를 맞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2010년 예산은 바로 이명박 정부의 이런 고민을 보여 준다. 금년에 정부가 예상하는 적자규모는 30조여원으로 금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세제개편안에 따라 줄어드는 세수는 작년 대비 13.3조원인데 적자규모는 오히려 20조원이나 감소했다. 그렇다면 지출을 바짝 죄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총지출(예산+기금)은 작년 301.8조원(추경예산 기준)에서 금년 292.8조원으로 9조원 감소했다. 나머지는 세수를 증가시켜 메우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항목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먹구구요(금년에 명목으로 6.6%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할 거란다), 조삼모사(내년에 받을 세금을 미리 거둬 들인단다)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세출 9조원은 어디서 줄어들었을까?



줄어든 건 복지와 교육 예산이다.


'제1회 바보들 사랑을 담그다' 김장 행사에 참가한 회원들이 09년 12월 6일 서울 안국동 조계사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 행사는 복지예산을 삭감해 4대강 사업을 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건전한 저항을 알리고 이날 담근 김치는 차상위 계층과 장애인 시설 등에 전달 됐다. (경향신문 보도사진)




작년 추경예산과 대비해 볼 때 확연하게 줄어든 부문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다. 액수로 5.7조원, -27.4%이다.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는지 기획재정부는 친절하게 내역을 설명했다. 작년에 본예산과 추경예산을 더해서 08년에 비해 무려 65%(8.2조원)을 늘렸는데 대부분 자금경색 완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긴급경영지원 자금의 증액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평균 2% 미만으로 늘어나던 액수를 갑자기 30배 이상 증가시켰으니 패닉 상태를 벗어난 지금 액수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만 현재 수준도 여전히 08년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다음으로 보아야 할 부분은 SOC, 즉 토목건설부문인데 액수로 25.5조원에서 25.1조원으로 4000억원(약 -1.6%)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분야 역시 참여정부 때 평균 2%남짓 늘어나던 예산을 작년에 무려 30% 이상 증가시킨 바 있다. 그리곤 위 분야와 달리 거의 감액되지 않았으니 여전히 우리는 토목건설에 목매고 있는 것이다.



교육예산도 줄어들었다. 작년 추경예산 39.2조원에서 금년 38.3조원으로 9000억원(약 -2.3%) 감소했다. 교육예산은 참여정부나 이명박정부나 똑같이 매년 9% 내외로 증가했는데 금년에는 오히려 쪼그라든 것이다. 사교육비는 매년 10% 이상 뛰고 있는데 공교육비는 기는 정도를 넘어 뒷걸음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금년 예산의 자랑은 복지분야이다. 금년 복지지출은 81.2조원으로 작년 본 예산(74.6조원)에 비해 6.6조원(8.9%) 증가했고 총지출 증가율의 세배에 가깝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Q&A의 두배가 훨씬 넘는 분량으로 이명박 정부의 “맞춤형 복지”를 계층별로 친절하게 홍보하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복지천국이다. 그러나 추경예산(복지분야 80.4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복지예산은 8000억원(1.0%) 증가했을 뿐이다. 더구나 복지지출에는 자연증가분이 있다. 연금을 받는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 복지 지출은 매년 자동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정부가 제아무리 줄이고 싶어 안달을 해도 결코 줄일 수 없다. 그 액수가 금년에 3조원이 넘는다. 또 보금자리주택 13만호 건설 관련 융자금도 복지예산에 포함시켰는데 그 액수는 2.6조원이다. 조금 싸게 빌려 줬다고 해서 원금과 이자 차액을 모두 예산에 포함시킨 것이다. 결국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을 위해 정부가 새로 책정한 예산이 실제로는 5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가짓 수는 늘었는데 거기에 쓰일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으니 화려한 홍보는 눈속임 아니면 언발에 오줌누기다.



규제완화와 민영화



2008년 12월 “세기적 위기를 선진일류국가 도약의 기회로!”라는 장한 제목으로 발표한 “2009년 경제운용방향”의 3대 정책 방향(경기회복, 지속성장, 장기성장) 중 지속성장 항목은 ‘규제의 최소화’, ‘세율의 최저화’, ‘금융의 글로벌 스탠더드화’, ‘정부 효율 10% 제고’, 그리고 ‘공기업 선진화’이다. 사실 이런 기조는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라는 워싱턴 컨센서스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하에서도 재경부 주도로 꾸준히 추진해 오던 정책인데 경제위기를 맞아 순풍(이명박 정부)에 돛을 단 셈이다.



한국의 재벌-재경부의 소원인 3대 규제완화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수도권 규제완화였다. 이명박 정부는 이 소원을 대부분 들어 주었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 형해화했던 출자총액제한제는 확실하게 폐지됐고 산업자본은 사모펀드를 통해서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보험, 증권회사를 소유한 비은행 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금융위기로 각국, 그리고 국제기구마저 각종 금융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위기를 빌미로 모든 칸막이를 없애 버렸다. 이런 기조 위에서는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인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없애기 위해 금융기관 업무 영역간 장벽을 제거하고 금융상품을 포괄 규정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2008년 촛불집회에 밀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전기-개스 민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건강보험 민영화’는 ‘괴담’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은행 민영화에 이어, 자산이 30-40조원에 이르는 네트워크 산업(전기, 철도, 수도, 개스, 우편 등)의 민영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의 적자규모만 50조원이 넘는데다, 내년부터 매년 25조원의 감세 규모를 유지하고 현재 예정돼 있는 재정지출을 집행하기만 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담배세, 주세 인상을 죄악세라는 명목으로 들고 나올만큼 증세를 하기 어렵고 또한 유동성 홍수 속에서 인플레이션 정책을 쓰기도 어렵다면 이 정부가 꺼내 들 카드는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민영화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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