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이번 주 피디저널에 실렸습니다.

승자의 저주

 

                                                                                         정태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승자의 저주”란 흔히 경매에서 승자가 됐지만 너무 많은 가격을 불러 실속이 없거나 심지어 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직관으로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총동원해서 매물의 미래 가치를 판단했다면 아마도 그 중간 값 정도가 실제 가치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경매에서 승리한 사람은 가장 큰 값을 써 낸 사람, 즉 매물의 잠재성을 극도로 과대평가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경매에 승리하고도, 아니 승리했기 때문에 그가 파산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승자의 저주”가 언론에 오르내린 건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실패 때문이었다. 인수 당시의 한 주당 가격이 반토막났고. 또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수익보장 때문에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했던 현대그룹에 대해서도 똑같은 우려가 제기되었다.

 “승자의 저주”란 책을 펴낸 쎄일러에 따르면 승자의 저주는 출판권 경쟁이나 프로선수 스카웃 경쟁 등 경제에서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 오판을 한 회사, 그리고 그런 행동에 동조한 주주나 투자자가 최악의 경우 파산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시장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러나 그 회사가 대단히 크다거나 금융기관이라면 얘기는 사뭇 다르다. 우리의 외환위기나 작금의 미국 금융위기가 익히 보여 주었듯이 재벌이나 은행이 위험해지면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대형 은행은 경제 시스템의 일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다.
 

         경향DB

금 진행 중인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가 바로 그렇다. 하나지주는 조회 공시 2주일만에 4조 7천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계 은행인 ANZ가 3개월의 실사작업 후에 4조2천억원을 제시한 것에 비하면 참으로 신속하고 과감하다. 뿐만 아니라 이미 확정한 수익보장 배당금 3천억원에, 수출입 은행이 동반매도권(tag-along)을 행사할 경우의 6천억원까지 합치면 인수가는 5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더구나 하나지주 내부 조달은 4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증자(27%)나 회사채(28%)로 채우는데, 증자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마저 김승유회장의 호언과 달리 미국의 헤지펀드들로 알려져 있으니 금호처럼 수익보장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확 늘어나거나(또는 부동산 붐이 일거나) 대단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바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하나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경제학이 제시하는 답은 두가지이다. 첫째는 대리인 문제다. 하나금융그룹의 대리인인 김승유회장은 자산1위의 은행을 만든 신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으니 이 위험한 야망을 가로막을 세력도 없다. 둘째는 대마불사의 문제이다. 따라서 거대은행 경영자들은 고수익 위험투자를 할 유인을 가진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해도 은행은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부문에서 “승자의 저주”와 “대마불사”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리를 해서라도 인수하는 게 정답이 된다. 만일 곤경에 빠지면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다. 조기의 최대 공적 자금회수를 목표로 정부가 되살아난 회사를 경매에 붙이면 다시 “승자의 저주”를 무릅쓴 인수합병이 시도되고 “대마불사”의 신화는 더욱 공고해진다.

 이 정도 위험한 상황이라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수수방관 중이다.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론스타이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애초에 한국 은행법 상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지만 한국 정부는 그 당시에도, 그리고 또 그 이후에도 당국의 의무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대로 한 바 없다. 기재부나 금융위원회로서는 론스타가 얼마를 챙기든 빨리 떠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금융위기 이후 G20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의 규제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과 일치하는 방향일까? 이제 은행 대형화와 투자은행화는 이제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 어떤 이유로든 현재의 외환은행 인수건은 최소한 중지되어야 한다.
 

아래는 외환은행 관련 토론회에서 발제했던 글입니다.

M&A 시장에서의 ‘승자의 저주’에 대한 논평

                                                                                     정태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이 글은 발제자에 대한 논평은 아니며 다만 행동경제학의 성과에 대해 아는 바를 요약하고 이에 비춰 현재의 외환은행 인수에 관해 간략한 논평이다.

I. 행동경제학과 “승자의 저주”
1. 행동경제학

- 완전한 인간과 완전한 시장 - 신고전파의 일반균형이론, 그리고 시장실패의 인정
*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선호 : homo economicus
* 완전정보와 완전경쟁
* 애로우&드부르, 새뮤얼슨

- 완전한 인간과 불완전한 시장 - 정보경제학과 제도경제학
* 불완전정보와 불완전 경쟁
* 코즈, 스티글리츠, 윌리엄슨

- 불완전한 인간과 불완전한 시장 - 행동/실험경제학. 진화심리학, 진화생물학
* 심리학과 경제학의 결합, 비합리적 행동과 사회적 실험 : homo reciprocan
* 사이먼, 카네만, 페어&피시바어, 리처슨, 쎄일러& 선스타인, 보울스&긴티스, 챠네스&라빈...(노박, 산토스)

2. 승자의 저주

- Capen, Clapp & Campbell(1971)
* “승자는 매물의 잠재성을 가장 과대평가한 사람일 것”  만일 경매자들의 희망가격의 평균이 잠재적 가치와 일치한다면.
* 1) 정보가 적으면 적게 써내라 2) 불확실성이 크다면 적게 써내라 3) 경쟁자가 많다면 적게 써내라(“수많은 경쟁자를 이기고 승자가 된다면 망했다고 생각할 것”. 매물에 대한 과대평가가 일반적이라는 얘기이므로)

- Thaler(1988, 1992, 2007(번역))
* 베이저만, 새뮤얼슨, 케이글과 레빈 등의 실험 결과를 종합하여 승자의 저주는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이라는 사실 제시
* 경매, 출판권, 프로야구/농구의 스카웃...
* 교만가설(실수)의 기각
- Eyster&Rabin(2005)
* “저주받은 균형” : 다른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확률분포를 알고 있지만 그 사람들이 사적 정보에 의존해서 판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과소평가

- Crawford&Iriberri(2005)
* “수준-k 접근” : “사람들은 자신의 전략적 행위의 수준(level-k)보다 다른 사람들의 전략적 행위의 수준이 한 단계 낮다(level-(k-1))고 생각한다”

- Meyer&Grosskopf(2007)
* 승자의 저주는 환경의 가변성(variability)이 불확실한 피드백을 초래하고 의사결정자가 적응적 학습을 하기 때문
* 피드백의 분산을 줄여주면 승자의 저주 현상이 확연하게 감소

- Charness&Levin(2007)
* 현재까지의 논의 요약. 컴퓨터와의 간단한 기업인수 게임(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신념이라는 위의 가정 완화)을 통해 사람들은 경험의 updating(Bayesian Updating)에 미숙하고 미래에 대한 조건부 추론에 미숙하므로(즉 제한된 합리성) 승자의 저주는 일반적 현상
* 한편 심리학자들은 호승심(value of victory)을 승자의 저주의 사회적 기원으로 보는 경향(예컨대 van den Bos et.al., 2010)

- 행동경제학이나 진화심리학의 현실 관찰과 실험은 승자의 저주는 보편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현상(anomaly)임을 보여줌
* 이는 자산버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는 현상들. cf) 평균으로의 회귀경향, 손실회피 등등
* 행동경제학이 뚜렷한 정책 성향을 보이고 있지 않으나 쎄일러&선스타인은 libertarian parternalism(넛지, 2008,2009(번역))을 제시
* 기존의 다른 경제학과 결합할 때 거시 정책이나 제도를 제시할 수 있을 것. 예컨대 보울스의 정치경제학.

II 승자의 저주와 외환은행 매각
1. 기업인수게임과 금융의 M&A

- 표준 게임이론(완전 합리성 가정)을 적용한 기업인수게임의 내쉬 균형은 평가 확률분포의 최저액임
* B에 인수하고 기대가치가 0원에서 100원까지 균일분포이며, 인수 시 주가가 50%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3/2)*(B/2)=(3/4)B=B이므로 언제나 B=0. 이것은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역선택(Akerlof, 1971)의 결과. 만일 최저액이 20원이라면 20원이 해가 됨. 그러나 실험이나 현실에서 사람들은 보통 75원보다 조금 적은 액수를 선택.
* 직관적으로 “제안한 액수를 저주받은 균형이나 수준k 가설을 적용하면 가격은 35-50원 정도에서 형성되므로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나타남."

- 금융의 M&A 역시 승자의 저주가 많이 관찰됨
* Dong & Luo(2010)은 1994년에서 2009년까지 220개의 국제 은행 M&A를 조사한 결과 매물의 불확실성과 승자의 보수 사이에 음의 유의미한 상관관계 발견
* 그러므로 자발적, 또는 의무적 정보 공개가 승자의 저주 현상을 줄여줄 것이라고 주장
* 최근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승자의 저주 우려(financial times)

- 한편 금융의 M&A는 TBTF(Too Big To Fail, 대마불사)와 밀접한 연관
* TBTF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의 근거. 그러나 동시에 TBTF는 그 자체로 기업 가치에 반영될 수 있음
* 금융위기 이후 G20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에 관한 규제 논의. 최근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거시건전성 부담금도 일종의 은행세
* TBTF를 목표로 승자의 저주를 무릅쓰고 다시 부실화하면 공적자금의 최대 신속 회수라는 목표가 다시 공적 자금의 투입을 불러오므로 이중의 도덕적 해이 발생 -> 현재 공적 자금의 투입과 회수 원칙에 심각한 문제

2. “승자의 저주”와 외환은행 매각(단상)

- 기업 가치의 산정
* 조회공시 2주일만에 4조 7000억원의 인수 계약 체결
* 그러나 확정 수익보장배당금 0.3조원, 수출입은행 tag-along 행사 시 0.6조원, 지연시 추가 매매대금 0.1조원을 합치면 사실상 5조 7천억원
* 호주계 은행 ANZ는 3개월 실사작업 후 4.2조원 제시 
* 분명 “승자의 저주”를 의심할 만한 상황 발생. 그런데도 이런 일을 감행한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
* 외환은행의 높은 실적은 우연적 요소 때문인가, 아니면 론스타의 경영능력 때문인가
* 합병 은행의 기대 가치를 높여줄  시너지효과는 나타날 것인가? 하나금융은 연간 1950억원 기대. 이는 인수효과 2조원에 해당

- TBTF
*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면 한국 최대 자산 규모의 은행 탄생
* 은행산업 특유의 규모의 경제(도매시장에서의 장점, 예금 증가 등...)

- 대리인 문제
* 경영자가 자신의 임기 동안 업적을 낼 수 있다면, 그리고 위의 이익이 예상된다면 무리한 인수 합병 시도 가능
* 더구나 대통령과의 관계 등 정치적으로 뒷받침 된다면 적어도 임기 중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비판받을 가능성 적음.

- 담합의 가능성
* 정부, 론스타, 하나금융의 이해 일치로 인한 담합 가능성
* 정부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시비 등 과거 정책 실패의 무마. 론스타는 조기에 최대의 이익 확보, 하나금융은 1위의 자리 확보
* 수출입은행의 tag-along 행사 포기 * 국민연금의 하나금융 유상증자 참여 등도 정부가 포함된 암묵적 담합의 가능성

cf) 론스타는 적법하게 외환은행을 인수했는가? (김상조)
* 은행법 금산분리 조항과 관련 산업자본은 4% 초과지분의 의결권 제한, 9% 초과 지분은 6개월 내 매각 의무
* 재판부 : 2003년 9월 외환은행 인수 승인 당시 감독당국이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제
대로 심사하지 않아 공개할 자료가 없다고 판결
* 현대건설 매각과 외환은행 매각이 종료되기 전에 감독당국이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해 판단해야. 또는 산업자본 여부가 확정되기 전에 매각 불가.

cf) 세금문제 :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요청에 따라 관할 법령지의 해외 세금 면제를 따낼 수 있도록 협조 요청

cf) 정부의 책임
* 금융위원회 - 대주주 적격성 심사,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 심사
* 국세청 - 론스타 과세에 대한 법적 보전조치
* 공정거래위 - 하나-외환은행 기업결합 심사
* 검찰 - 하나금융 매매대금 허위공시 수사

- 부실화 가능성
* 현재 1.5조원 규모의 정부 지급보증을 받고 있는 유일한 은행
* 5조원 중 54%인 2.7조원을 우선주(1.2조)와 회사채(1.5조)로 조달할 계획. 수출입은행 tag-along 행사 시 회사채 2.2조원 -> 고액배당과 차입금 부담으로 인해 인수 후의 “승자의 저주” 가능성
* 전략적 투자자의 실체는 무엇인가? 외은 노조는 헤지펀드라고 주장
 
III 대안

- 승자의 저주를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음
* 정보 공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므로 어느 정도 효과
* 그 외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제도 강구(예컨대 사적 정보를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English-type open-outcry action, Jackworth, 2002)
* 담합은 최악의 경우이므로 정부가 “공정한 시장경쟁”의 차원에서 개입해야 함. 그러나 정부가 개입된 경우라면?

- 공적자금 투입과 회수의 원칙을 세워야
* 금융산업의 경우 “TBTF”와 “승자의 저주”가 상호작용해서 도덕적 해이 극대화 가능성
* 외은 노동자의 임금을 담보로 우리사주조합에 대출을 해서 주식을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함.
* 현재 G20의 논의에 비춰 봐도 은행의 대형화, 투자은행화라는 지난 20여년 간의 목표는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 스티글리츠는 금융의 완전 개방과 규제완화는 파레토비효율적임을 증명
* 대형은행과 중소은행,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등 은행산업 생태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 필요

- 현재 상황에서 노조의 대안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임
* 산은 등 국책은행과 연기금, 그리고 노동자의 참여에 의해 은행의 시스템적 성격(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현재 최소한 할 수 있는 방향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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