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적 생활양식의 재해석과 풀뿌리 지역공동체의 복원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은 농업 정책에 관한 구상으로부터 출발했다. 
물론 이것은 60년대 한국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거의 모든 사회적 비용을 농민이 부담했기 때문이다. 박현채는 협업농과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농업이 GDP의 3%를 차지하는 현재에 이르러 이 주장은 새로운 차원에서 귀기울일 만하다. 

한마디로 지역의 풀뿌리 공동체야말로 경제성장과 복지, 일거리, 미래산업의 요람이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동시에 민주주의의 토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시설, 요양시설, 공공도서관 등 지역 인프라의 구축은, 동시에 (얼굴을 마주 봐야 하는)세심한 돌봄노동을 필요로 한다. 공공의료의 30%에 달하는 지역거점 공공의료시설, 공공보육시설, 공공도서관 및 문화센터, 재래시장 공영개발, 소규모 도심지 공원 등의 설립과 운영을 주민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은 복지-교육-문화 서비스의 수급을 맞추는 최선의 방법이다.

풀뿌리 공동체는 또한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의 근거지이다. 2020년까지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한 20% 감축하고 에너지 공급을 생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 시스템의 개혁, 환경규제의 강화로 재생에너지산업과 친환경산업을 미래의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이다.




농촌의 풀뿌리 공동체는 안전한 먹을 거리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의 1차산업으로서의 농업 없애기에 맞서 대농, 기계농, 화학농 육성을 폐기하고 2020년까지 가족농의 협업에 의해 유기농업 비중을 40%까지 늘릴 것이다. 농업생산, 농협과 생협에 의한 유통 개혁, 공공급식개혁으로 풀뿌리 공동체부터 먹을거리 지역체계(로컬푸드시스템)를 구축한다. 
생태마을은 도시민의 농업 체험과 지역 역사문화유적, 지역 자연환경의 보존을 통해서 ‘정겨운 관광’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호텔, 골프장, 카지노라는 이명박 정부의 환경파괴적 관광과는 정반대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풀뿌리 공동체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풀뿌리 지역공동체의 사회경제(social economy)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지역 주민이다. 농민과 노동자, 서민금융 대표, 지역 상인, 지역의 기업인 등이 지역공동체의 지배구조를 구성하여, 건설회사, 지역언론, 지역관료로 구성된 토호연합을 대체해야 한다. 
지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지역의 여러 경제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여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복지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임을 증명할 것이다.

요컨대 글로벌 시대의 개방된 민족경제는 가장 밑의 층위에 풀뿌리 경제가 있다. 이 층위에서의 행동원리는 호혜성(reciprocity)이다. 군단위 지역경제의 각종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기타 시민사회단체들이 그 주체이다. 
지역의 사회적 서비스, 안전한 먹을 거리 생산, 재생에너지 생산등이 그 대상으로 현재 GDP 중 차지하는 비중 0%에서 앞으로 10년간 약 20%까지 늘려나갈 수 있다. 

이 층위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성장과 생명복지(lifare)의 핵심이다.

그 위에는 공공성의 층위가 있다. 

네트워크 산업, 그리고 국가 차원의 의료, 교육, 주거 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시스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과 금융도 공공성 영역이다. 이 층위에서의 행동원리는 재분배(redistribution)이다. 
나라의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사람의 능력이 만개할 기회를 제공한다. 조세부담율과 사회정책지출이 OECD 최하위에 속하는 나라에서 이 층위는 앞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올라선다. 이 층위의 행동원리는 경쟁이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공정성(fairness)가 강조되어야 한다. 이 층위에서 국가의 역할은 경쟁의 규칙의 제정과 감독, R&D투자, 클러스터의 형성 등이다. 넓은 의미의 외부성이 국가 정책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 층위가 고유의 행동원리와 함께 민주주의의 원칙에 의해 조화를 이룰 때 내수가 성장할 것이며 글로벌 시대에도 안정적인 ‘민족경제’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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