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경제 평론가)


한국의 역할?

 

"외국인을 만나면 겁먹지 말고 “HELLO” 하며 웃어보세요!"

 


(연합뉴스 제공)

 

G20를 앞두고 정부는 이제 시민들의 에티켓 교육에 나섰다. 이름하여 ”글로벌 에티켓 10계명“이다. 물론 이 계명을 어기면 가차없는 법의 응징이 기다라고 있다는 경찰청의 지하철 홍보도 매일 보아야 한다. 김연아와 박지성도 나섰다. 서울올림픽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한국은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 한국은 이번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서 선진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한다. G7과 BRICS, 그리고 기타 발전 도상국을 잇는 “선량한 중재자”의 역할을 할 것이며 이명박 대통령은 심지어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문제도 중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세계경제 최고의 난제를 푼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한국 정부는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알 도리가 없지만 이번에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새로 제출한 “금융안전망” 의제에서 뭔가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금융안전망의 모델은 아마도 치앙마이협정일 것이다. 몇몇 나라가 외환을 준비했다가 일시적 외환부족 사태를 맞는 경우(지난 2008년이 그랬다) 서로 빌려줘서(스왑)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안정적인 국제제도로 만들 수 있다면 현재의 아시아국가들처럼 천문학적인 외환보유고를 쌓을 유인이 줄어들고, 따라서 수출 증대를 위해서 환율에 목 매달 필요도 없어진다.

 

더구나 흑자국이 쌓아 놓고 있는 외환보유고는 대단히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 그 중 상당 부분은 미 재무성 증권으로 보유하는데 그 수익율은 국내외 다른 투자기회보다 훨씬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안전망이 갖춰진다면 이들 나라는 외환보유고를 국내 소비와 투자에 사용할 것이고 이는 적자국의 수출을 늘릴 것이다. 그러므로 글로벌 불균형 문제의 해소, 즉 리밸런싱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장담 뒤에는 이 정도의 논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면 사르코지 대통령이 말하는 새 브레튼우즈체제가 된다. 미국 역시 지금처럼 달러의 신뢰가 흔들린다면 기축통화를 유지하는 대가로 국내 금융정책의 재량권을 잃을 수 밖에 없으니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처럼 경제력의 다극화가 급진전된다면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는 비용은 더욱 불어날 것이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2차 대전 종전기 케인스의 고뇌를 살펴 보아야 한다. 새로운 체제는 SDR이든 아니면 케인스의 방코르든 새로운 기축통화를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오바마대통령이 시뇨리지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곧 정치적 파산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신 그는 세계금융위기를 구한 진정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오바마를 설득할 수 있을까?

 

한국이 이런 대담한 제안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르코지와 유럽 국가들에게 길을 열어주며 중국의 장기 계획을 만족시키며 미국의 우아한 퇴각을 도울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 그리고 G20에 참가하지 못하는 123개국에 대해 선량한 중재자가 되는 길이다.

 

한가지 더. 한국 대통령이 금융거래세를 앞장서 주장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와 씨티(런던의 금융가)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와 집단이 찬성할 제안이다. 루스벨트의 뉴딜이 그랬듯이 금융자본의 과잉권력을 제압하지 않고서는 이번 위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여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선물환규제를 단행하고 은행활동세를 수용한 신현송 국제경제보좌관이 청와대에 있다는 것이 한 가닥 희망이다.

 

한국의 기획재정부를 제압한 실력과 월스트리트의 비판에 당당하게 맞선 배포라면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나아가서 이명박 대통령이 세계 시민들의 이런 소망에 호응한다면 ‘불통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말끔하게 씻을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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