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경제 평론가)



(1) 문제의 소재와 경과



2008년 12월 워싱턴에서 태동한 G20은 공동의 위기에 대한 절박한 대응이었다.




워싱턴 G20 회의 (AP연합뉴스 제공)

 


물론 그들이 내세운 목표는 위기의 재발을 막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금융의 외부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 성격에 따라 어떻게 시스템 안정성이라는 공공재를 공급하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국제금융시스템은 정확히 글로벌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공공재 문제를 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글로벌 공공재는 한 나라가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 이것이 G20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핵심이다.

 

과연 G20은 그동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왔는가. 앞에서 본 것처럼 일단 패닉을 막았다는 점에서는 워싱턴과 런던 서미트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절박한 상황이 지나가자 공공재 공급에 고유한 집합행동의 논리가 작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결국 제4차 G20인 토론토 서미트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아무 것도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효율적 자본시장 이론, 신자유주의는 포기되지 않았다. 주주자본주의라는 1980년대 이래의 이념과,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WTO로 이뤄진 국제경제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반성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G7(러시아까지 포함하면 G8)이 G20로 바뀌었다는 것이 상징하듯이 3중의 위기 각각에 대해 부분 수정을 꾀하고 있을 뿐이다.

 

우선 첫 번째 위기에 대해서 G20이 경기증폭성(procyclicality)의 문제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부분적 발전이다.



효율적 자본시장 이론이 가르치는 것처럼 순식간에 자본이 이동해서 환율, 이자율 등 금융변수들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면 버블(과 같은 비합리적 파동)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모든 규제는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제2의 대공황을 맞고서야 경기증폭성의 문제(
이 문제는 대공황 때 어빙피셔나 케인스가 익히 지적한 바 있다. 대공황의 교훈을 그동안 단지 무시했을 뿐이다)에 관해 눈을 뜨게 했다. <표 1>에 보듯이 금융규제개혁과 금융인프라 개혁은 분명히 이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불투명한 회계제도와 신용평가의 문제점도 일부 개선될 것이다.




<표1>




예컨대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감독 정책이 오히려 경기증폭성을 강화하므로(호황기에는 건전성 지표가 좋아지므로 일시에 대출 및 투자가 확대되고 불황기에는 그 반대쪽으로 작용하므로 개별 건전성 감독이 오히려 거품의 형성과 붕괴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호황기에는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하고, 불황기에는 낮은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하는 완충자본을 설정한다(호불황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나아가서 호/불황의 판단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 등이 문제의 초점이지만 일단 IMF 등이 기술적으로 처리하게 될 것이다).

시장가격으로 자산을 평가하면 호황기에는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과대평가하고 불황기에는 과소평가하게 되므로 공정가격개념을 도입하고(여기서도 공정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핵심 문제가 된다) 직접적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규제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금융은 외부성이 강하게 작용하므로 BIS 규제가 양호한 금융기관도 파산할 수 있다.



이러한 전이 위험을 막기 위해 최저 자기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후순위채 등을 제외한 양질의 자본(Core Tier1 Capital)을 자기자본으로 규제하고 단기적 유동성 관리 평가기준으로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을, 장기적 유동성 관리 평가기준으로 순안정자금 조달비율(유동성커버리지 비율(=고유동자산/순현금유출)과 순안정자금 조달비율(=이용가능 안정자금/필요 안정자금)을 각각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감독한다)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첫 번째 위기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왜곡된 유인체계와 이해상충 문제는 위험관리를 위한 금융인프라 개혁에서 취급하고 있다. 엔론 사건 등에서 이미 문제가 드러났듯이 회계사와 신용평가사 역시 금융위기의 발발에 한 몫을 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인 장부외 거래의 회계처리 문제나 신용평가사의 경기증폭적 역할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미계 대형 회계회사와 신용평가사의 이해가 직접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기의 핵심 주역은 뭐니 뭐니 해도 투자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였다. G20은 이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의 문제로 취급한다. 이들의 파산은 곧 시스템 위기를 가져오고 이에 따라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을 구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우리도 재벌 문제로 익히 경험한 “대마불사”의 상황이 되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가 대규모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2010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위험 투자를 직접 규제하는 볼커 룰을 제안했다. 그러나 입법화 과정(“도드-프랭크법”)에서 시스템정리기금(Systemic Dissolution Fund·현재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 중 금융위기에 대비해서 금융회사들로부터 사전에 갹출되는 보험료 성격의 세금으로 조성된다)은 삭제됐고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조항(투자은행과 상업은행 업무의 분리를 의미)은 Tier1 자본의 3% 이내로 완화됐고 장외파생상품 취급을 금지하도록 한 조항도 완화됐다.



이런 미국의 상황은 G20의 논의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기관 임직원의 단기 실적주의를 유도하는 보상체계에 관해서는 금융인프라 개혁의 위험 확대방지 항목에서 다루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보상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하고 위험감수 유인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형 금융기관과 연계되어 있는 헤지 펀드와 사모펀드 규제도 마찬가지의 운명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헤지 펀드가 역내에서 영업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고 거래내역과 레버리지 규모,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영미권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의 주역이 이들 금융기관이었다면 그 수단은 자산유동화증권과 이에 기초한 파생상품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들 금융신상품이 위기를 분산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에 관한 대책은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청산소 결제방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제출되었다. 청산소가 거래 상대방의 신용리스크를 공개하고 CDS 가격 및 거래량 등을 공시하며 청산소 외 거래에는 자본충당규제를 강화하여 거래비용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금융혁신” 자체가 이런 규제를 회피하는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감독기구가 이를 얼마나 규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첫 번째 위기와 관련해서 거시건전성 규제가 도입되었을 뿐 대형은행이나 헤지펀드 등 행위 주체, 그리고 장외파생상품이나 증권화상품 등 수단에 대한 규제는 유야무야될 전망이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현재의 위기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것이라면 월스트리트 등 금융자본의 힘을 제어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가 더 큰 위기로 발전되고 나서야 금융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시작 될 것으로 보인다.


* 세카이지(2009.4, 790호 별책) 게재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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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eap ghd nz 2013.03.24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은 하나의 실험이다.실험이 많아질수록 당신은 더 좋은 사람이 된다.9 |

  2. pandora jewellery 2013.03.31 0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되지만, 기쁨을 나누면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