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경제 평론가)


민족경제론의 확장(2) 국내 소비와 공공성의 연관(민중의 생활 상의 요구의 확장)

 

1990년대 중반 이래 국내 소비 증가율은 답보상태이다. 시장만능의 정책이 서민들의 삶을 규정하는 의교주(醫敎住)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교육시장화, 공급 위주의 주택 정책이 이런 경향을 극단으로 밀고나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5분위 소득통계에서 하위 1,2,3분위(즉 서민)의 소비가 줄어들거나 아주 미약하게 증가하는 이유는 애초에 가처분소득 증가가 거북이 걸음이기도 했지만 그 소득도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어렵게 모은 돈에 은행 대출을 보태서 집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대출이자 갚는 데 허덕일 것이고 전세로 사는 사람은 전세값 인상에 전전긍긍해야 한다. 

교육물가는 일반 물가의 두세 배 올랐고 사교육비는 연 30조원을 넘나든다. 이 둘만으로도 소비의 증가는커녕 갓난애를 가진 주부들도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직 건강보험은 건재하지만 곧 민영보험이 확대되고, 영리법인화에 이어 병원당연지정제가 폐지되거나 완화되면 의료비는 가계 파산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점점 더 서민들의 소비는 축소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믿을 수만 있다면 지금 집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 대출을 다 갚고 열심히 일만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집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야 소비도 증가할 수 있다. 공급이 아무리 증가해도 한가구가 서너채, 심지어 수십, 수백채를 소유한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보유세(이명박 정부가 사망선고를 내린 종부세)를 대폭강화해야 한다. 1가구 1주택 원칙을 법제화하고 영구 채권으로 과다 보유분 택지를 사들인다면 훨씬 더 빨리 부동산 가격은 안정될 것이다. 보유세 수입으로 공공주택을 늘려야 한다. 

이런 원칙 하에서 비로소 계층별 세부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극심한 학력사회에서, 더구나 1-2점으로 당락을 가르는 입시제도로는 사교육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학부모들은 자신들 능력 이상으로 사교육에 투자를 한다. 
이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성격을 가졌는데 결국 돈 많은 사람이 무조건 이기게 된다. 진보의 대안은 국공립대학 통폐합부터 시작하는 사실상 대학입시철폐(자격고사)이며, 대학에서 아이들이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수많은 과목과 전문적인 수준을 사교육이 대신할 수는 없다. 

거의 100% 공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세계수준인 핀란드나 노르웨이가 우리의 모델이다. 적어도 경제 위기 동안 사교육을 중지해야 하고 대학의 등록금을 법인세 증세로 충당해야 한다. 
여기서 절약되는 40여조원(사교육비 + 등록금) 중 30조원은 교사의 확충과 재교육 등에 쓰고 나머지는 소비를 증가시키는 데 쓰이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공교육 강화를 넘어서 핀란드식 완전한 평준화를 이뤄내야 한다. 교육에 관한 한 적어도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의료비 문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해결된다. 아이들의 진료, 암 등 가계의 파산을 불러오는 중병부터 보장성을 확대해서 전체적으로 9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적어도 위기 동안은 세금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아니라 공공 의료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예컨대 맹장수술을 할 수 있는 지역거점병원을 군단위마다 만들어야 한다. 공공의료의 효율성은 이미 증명돼 있다. 오바마가 건강보험을 도입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것이 그 증거이다. 
민간보험과 영리병원이 확대되면 그만큼 의료공공성의 확립은 어렵다.

우리 삶의 필수재의 공공성을 강화할 때 비로소 서민들은 일반 재화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 의료에 대한 효율적 투자가 사회의 생산성을 가장 확실하게 높이는 수단이라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증명됐다. 
그런 의미에서 의교주(醫敎住)의 공공성 강화는 사람에 대한 가장 중요한 투자이기도 하다. 바로 현재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이다.

특히 1,2분위의 서민에게는 공공요금도 큰 부담이다. 이명박 정부는 철도, 전기, 개스, 수도, 우편등 네트워크산업의 민영화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나섰지만 이 역시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특히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감세로 인해 재정적자가 심각해지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요량으로 엄청난 자산을 가진 공기업의 민영화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네트워크 산업 민영화는 독점으로 인한 전반적인 가격 상승, 교차보조금 폐지에 의한 지역 서비스의 중단 등 부작용을 낳는다. 이 점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반복적으로 증명됐다. 공기업의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공기업 지배구조에 노동자와 소비자가 참여하고 사회공공회계를 도입하는 것이 진보의 대안이다.

요컨대 대기업과 부자들의 손에 쌓인채 경제의 거품을 늘리는 쪽으로만 사용되는 돈을 공교육, 공공의료, 공공주거, 공공서비스로 돌릴 때 비로소 투자와 소비, 그리고 장기 생산성 향상의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다.

한미 FTA는 이런 전략에도 넘을 수 없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미 FTA는 한번 민영화되거나 규제가 완화된 분야에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라도 되돌아갈 길을 끊어 버린다. 서비스 분야 현재 유보에 적용되는 래칫 조항(역진불가능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권은 재국유화라든가 공적 규제의 강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자료)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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