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경제 평론가)



민족경제론의 확장(1) 국내 산업연관과 중소기업론(자립적 재생산 구조)의 재해석

신자유주의의 종주국 영국의 고든 총리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시장만능의 정책기조는 이미 파산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위기를 빌미로 바로 그 난파선에 올라타려 온갖 수를 다 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6-70년대의 박정희식 성장전략인 수출지상주의와 건설붐을 경기대책으로, 그리고 전형적 신자유주의 정책인 감세,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를 구조적 대책으로 결합한다. 

이것은 최악의 조합이다.

이명박정부의 이런 구조 정책은 2000년대 8년간 부시정부의 정책과 정확히 일치하며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금과옥조, 워싱턴 컨센서스이기도 하다. 과연 이런 정책기조가 경제적 성공을 가져올 것인가. 
지금 진행 중인 금융위기가 바로 그 답이다.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이름 붙인 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아닌 "서브 프라임 체제의 위기"(subpirme system crisis)로 불려 마땅한 현재의 금융위기는 80년대 이래 금융자유화를 축으로 한 신자유주의 체제의 근본적 위기이다. 즉 그것은 세계정부에 준하는 국제적 규제를 만들지 않고서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더 큰 규모로 재현될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내 정책은 도대체 뭐가 있을까?

투자를 늘리는 방법 - 중소기업론의 중요성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 법인세 등을 낮추고 ‘비지니스 프렌들리’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그래야 서민경제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물이 넘쳐야 아래쪽도 적신다는 적하효과(trickle down effect)요, 강물이 불어나면 모든 배가 솟아오른다는 박정희시대의 믿음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2006년 기준 1000대기업의 사내유보가 364조원이다. 법인세를 5%포인트 인하해서 8조원 가량 보태주면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날까?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까지 고려해 보면, 특히 대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국내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267억 달러(신고기준)를 넘어섰으니 총고정자본형성의 10% 정도는 해외로 빠져 나간 셈이다. 
이 수치를 줄이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국내의 제조업 수익성을 높이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한 이 수치를 어떻게 하는 건 불가능하기도 하다. 문제는 사내유보이다. 

금융화의 환경에서 이 돈은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 즉 고용을 늘리는 제조업보다 훨씬 단기 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된다. 수도권 규제완화, 수도권 광역 클러스터 육성, 금산분리 완화, 한반도 대운하는 어마어마한 현금이 곧 부동산과 건설에 투입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부자들의 수입증가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2006년 개인의 대외거래수지 적자규모가 180억 달러이다. 즉 GDP의 2%에 가까운 돈이 해외 여행경비, 유행연수비, 조기유학 등을 위한 증여성 송금, 해외이주비로 쓰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 외국에서 수입한 사치재를 포함하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불어날 것이다.

요컨대 대기업과 부자의 부를 늘리는 감세 및 규제완화정책은 국내의 일자리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많은 부분이 해외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물이 넘쳐도 외부로 빠져 나가버리고 강물이 불었는데 오히려 수많은 배들이 침몰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답은 확실하다. 투자와 소비를 늘리고 위해선 중소기업의 수익과 서민들의 소비를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의 투자와 영세자영업을 살리는 방법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고 기업들에게 ‘핫라인’을 개설한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자 마자 중소기업인들이 데모를 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일자리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투자가 늘어나야 일자리도 증가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소기업을 방문, 구내 식당에서 직접 배식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자료)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국제적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납품 단가에 반영해 주기는 커녕, 해외공장이전 위협 등을 무기로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마당에 신규투자는 언감생심이다. 

불공정거래를 단속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노동자의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의 상황은 기껏 현상유지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연대전략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관건이다.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복지소득연대), 고용보험기금 지원에 의한 최저임금 인상(임금소득연대), 연 200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와 일자리 나누기(노동시간-일자리연대)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생산성 향상에 획기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재교육이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98%에 이르는 50인 이하 기업은 사회연대전략의 도움을 받아 노동자들의 삶을 안정시키더라도 재교육 등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어렵다. 
지역별, 산업별 재교육 프로그램에 지역대학이 참여하고 지역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또한 지역재투자법과 마이크로크레딧에 의해 형성된 지역의 서민금융이 자금 지원과 컨설팅의 핵심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요컨대 중소기업의 클러스터화와 재교육에 의해서 네트워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야말로 산업공동화 문제와 일자리 문제, 거시 투자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매년 50만개가 창업하고 40만개가 폐업하는 분야, 26.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3년부터는 임금노동자보다 실질소득이 낮아진 분야가 자영업이다.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의 활로 역시 규제로부터 찾아야 한다. 
유럽이나 일본은 물론 월스트리트에서도 월마트를 규제한다. 월스트리트-월마트형 자본주의는 소비자혜택을 늘린다고 하지만 중소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임시 비정규직 노동을 통해 거시적으로는 일자리와 소비를 축소시켜서 결국 과소소비-과소투자 사회를 만드는 주범이다. 

자영업은 지역경제와 지역운동의 핵심 과제이다.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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