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2월 10일 “2011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금년 6.1%의 성장이 다소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4.5% 경제성장을 거둔다니 신통할 정도이다. 수출은 16.1% 증가에서 8% 증가로, 설비투자는 24.3% 증가에서 6.5% 증가로 대폭 둔화되겠지만 건설투자가 -1.5%에서 2.5%로, 그리고 민간소비는 4.2%에서 4.5%로 늘어나서 성장을 이끌 것이란다. 바야흐로 내수가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한은을 신뢰하며 또 그 전망이 맞기를 바란다. 그러나 금년만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요소가 몇군데 발견된다. 한은 전망은 중국의 경제성장율을 9% 내외로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내년도 성장 목표치를 8%로 발표했다. 우리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은 근년의 우리 성장률을 좌지우지했다.

산업별로 봐도 한국의 수출증가를 이끌었던 자동차 산업의 경우 28% 수출 증가에서 내년 5.8% 증가로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세계 반도체 시장도 금년 32.5% 증가에서 5% 증가로 주춤할 것으로 보여 금년에 60-70%나 증가했던 한국 반도체 판매도 당연히 위축될 것이다. 최근 디램 가격이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도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결국 내년 수출은 한은 전망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폭탄이 터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도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건설투자와 소비가 내년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미분양이 널려 있으며 전세 격은 치솟고 사교육비와 의료비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건설투자와 민간 소비가 과연 금년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까?


물가포기와 거품경제

한은은 이번 발표에서 “금년 4/4분기ㅣ 이후 중기물가안정목표 중심치(3.0%)를 상회하는 3%대 중반의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왜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가능한 한 끌어 올리고 자신의 존재 이유인 물가 상승에는 달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각국에서 지난 2년 동안 푼 돈이 아시아로 몰려 들고 있다. 따라서 원화는 절상 압력을 받게 된다. 모두 원화절상을 예상한다면 국내 금융기관은 달러를 보유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달러를 계속 사들여서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밖에 없다. 정확히 매키넌이 이름붙인 “미성숙 채권국”의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투기공격을 유발하며 장차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한은이 물가와 자산 버블을 걱정한다면 통안증권 등을 팔아 달러와 교환된 원화를 걷어 들여야 한다(불태화 정책). 그러나 수출과 환율이 더 우선이라면 통화량 증가를 방치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넘쳐나는 돈을 방치해서 자산거품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원화절상을 최대한 막아서 수출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내년 정부 예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토목 건설에 대한 의존이다. 2009년에 30.1% 증가해서 25.5조원에 달한 SOC 예산은 금년에 25.1조원, 내년에 24.3조원으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4대강 예산은 수자원공사 지출까지 포함하면 9.6조원으로 금년에 비해서도 16.8%가 증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도 복지국가”라며 그 증거로 든 복지예산은 어떨까? 2005년에서 08년까지 매년 11.3% 증가하던 복지예산은 2009년 위기 때 18.8% 증가했지만 금년에는 1.0%로 대폭 증가율이 낮아졌고 내년에는 6.2% 증가한다. 그러나 공적 연금 자연증가분 등 의무지출과 주택부문 증가가 내년 예산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실질적인 정책 증가분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부자 감세 때문에 작년 50조원, 금년 30조원에 이어 내년에도 우리는 25조원 가량의 적자를 보게 된다.

정부의 정책이 예상대로 실행된다 해도 우리는 거품과 적자 더미에 빠지게 된다. 시장 임금과 복지가 정체된 상태에서 물가와 자산가격이 오른다면 양극화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지경까지 치달을 것이다. 더구나 내년 초에 한미 FTA까지 통과시킨다면 우리는 돌아갈 길조차 잃게 된다.

대침체기의 정책은 오히려 간단하다. 경제성장이 되면 물이 흘러 내릴 것이라는, 이른바 적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이미 거짓으로 판명났다. 물은 밑에서부터 차오른다. 돈이 밑으로 돌아가면 국내에서 소비되고 자영업자와 내수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다(bottom up effect). 지금이라도 부자감세를 철회해서 그 돈을 서민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이 정부가 부추기고 있는 사교육과 민간보험이 아니라 공교육과 건강보험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할 튼튼한 동아줄인 것이다. 거품을 키우는 정책이 아니라 거품을 빼는 정책이야말로 우리의 집과 일자리를 보장해 준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Posted by moji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