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을 우리가 지키자”(서울 오류여중), “선생님께 배우고 싶습니다”(서울 송곡여고) “스승을 절대 내 줄 수 없다”(전남 순천 효성고) “우리 사랑으로, 우리 선생님을” “우리는 선생님을 사랑합니다”(광주 동아여중·고, 충남 도고중, 서울 대림여중, 경북 영천 금호여고, 전남 옥과고, 서울 공항고), “내 선생님을 끝까지 지켜내자”(목포 홍일고), “선생님과 우리는 하나”(온양여고), “선생님 없으면 우린 어떡해요”(대구 성화중) “우리는 참교육을 받고 싶다”(부산 동인고, 광주 송원여고), “학교를 떠나지 마세요”(대전충전실업고), “우리는 선생님을 찾고 싶습니다”(대전 신일여상).

 

1989년 봄에서 가을까지 대한민국은 아이들의 아우성으로 뒤덮였다. 아이들은 전국에서 해직된 1700여명의 전교조 선생님들을 눈물로 지키려 했다. 이 아이들의 절규가 없었다면, 선생님들은 1999년 전교조가 합법적 노동조합이 되기까지 10년을 견뎌낸 불굴의 힘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경향DB)

 

 

그 후 24년, 합법화 14년 만에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최후 통첩을 전교조에 보냈다. 한 달 안에 전교조 규약을 개정해서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에서 빼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총투표로 이를 거부했고 그예 정부는 10월24일, “‘교원노조법상의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오후 2시 팩스를 통해 통보했다”.

 

그러나 그 ‘교원 노조법’ 어디에도 정부가 팩스 한 통으로 기존 조합을 불법으로 만들 근거는 없다. 오직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법’의 시행령(제9조 2항)이 있을 뿐이다. 전교조는 모법의 근거도 모호한 시행령 하나 때문에 6만명의 노동권을 빼앗기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본령인 “줄푸세”의 “세”(법을 세운다)가 겨누는 곳이 어딘지를 보여준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전교조 관련 2회, 전공노 관련 1회 등 세 차례나 긴급 개입(urgent intervention)을 했다. 긴급 개입이란, 노동의 기본권 중 기본권인 87호와 98호를 다루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2년이 걸리는 통상의 절차를 밟을 수 없을 만큼 엄중하고 신속한 행동이 필요할 때 사무총장이 직권으로 적용하는 절차이다.

 

 

노동부 장관 퇴진 요구하는 전교조 해직교사들 (경향DB)

 

ILO의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이미 전교조 케이스를 검토했고, 강력한 권고안을 내서 노동부 방하남 장관과 교육부 서남수 장관이 애지중지하는 시행령의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전교조에 예의 ‘최후 통첩’을 보내자 이번에 또다시 긴급 개입을 한 것이다. 노동부는 기자 브리핑에서 이 긴급 개입을 “의견 조회”일 뿐이라고 창의적인 해석을 내렸지만 실은 “조속한 정책 변경”을 강력하게 촉구한 것이다.

 

ILO의 조치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방하남 장관조차 장관 국회인사청문회에서 “해고자, 구직자, 실업자의 노동법과 노동관계법상 법적 지위는 국제적인 기준도 있고 외국 사례도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핀란드의 교원 노조는 은퇴자뿐 아니라 예비 교사인 학생까지 조합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핀란드 교육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다는 말인가? 이게 노동 후진국이 아니고 무엇이랴. ILO 노동 대표의 성명이 언급한 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노동권 감시까지 걱정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상식에 비춰서 이게 국제 사회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나는 전교조가 지금 궁지에 몰린 것이 꼭 정부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교조가 현장의 ‘참교육’을 혹여 게을리해서 일반 국민의 눈에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귀족 노조’로, 또는 강퍅한 자기 이념의 추구에 몰두하는 ‘이념 집단’으로 비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전교조가 24년 전, 아이들의 눈물을 기억해 내기 바란다. “선생님 없으면 우린 어떡해요”, “우리는 참교육을 받고 싶다”라는 아이들의 아우성 없이, 부모들의 진심 어린 지지 없이 어떻게 박근혜 정부 5년을 견딜 수 있을까? 참교육 배지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던 아이들이 살 길이다. 전교조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부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적 불평등, 학력 차별, 등수 경쟁, 획일적 교육을 사회에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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