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근로자를 두고 한바탕 논쟁이다. 한마디 거든다.

유럽에서 파트 타임을 둘러싸고 서로 머리카락을 잡고 싸우고 있을 때, 독일의 Gerhart Bosch라는 유명한 학자가 한 말이 있다. 파트 타임이 무슨 "비정상적인 노동"인 것 처럼 전제하고 얘기하는데, 여성 노동자 절반 이상이 파트 타임 일을 하는 세상에서 하루 꼬박 꼬박 8시간씩 일하는 전일제 노동자가 비정상 아니냐고 따졌다. 네델란드를 두고 한 말이다. 세계 최초로 이른바 "파트 타임 국가", 네델란드다.

자발적 파트타임 근로자인 에바 파스코빈스가 암스테르담의 직장에서 컴퓨터로 해상화물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한국에서 고용율을 70%로 올리려면, 여성 고용율을 그 정도 수준으로 올려야 할텐데, 이런 점에서 보자면, 네델란드가 교과서다. 1995년 쯤에 50%을 약간 넘어서던 고용율을 2011년에는 딱 70%로 만들었다. 파트 타임이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60% 이상의 여성 노동자가 파트 타임을 한다. 사실 이 추세는 80년대부터 지속된 것이다. 1990년대 이후로 상승세를 탄 거다. 이런 게 가능하려면, 물론 "인식"의 전환이 있었겠다. 파트 타임도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겠다.


한때 파트 타임의 지평을 연 것으로 자부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유럽 연합 국가에서는 한때 파트 타임의 쌍두마차였다. 1995년 경에 이미 여성노동자의 40% 이상이 파트 타임이었다. 여성 고용율도 얼추 비슷했다. 하지만, 그 이후 15년 동안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영국에서는 파트 타임이 거의 늘지 않았다. 오히려 줄었다. 여성 고용율이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미미해서, 이제 네델란드에 "통한의 역전"을 허용했다. 어이 된 것인가? 영국에서는 "인식의 대전환"에서 실패한 것일까?




해답은 파트 타임 일자리의 질에 있다. 다 제쳐두고, 임금만 보자. 네델란드의 경우 풀타임과 파트타임의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 보면, 약 10% 차이가 난다. 교육수준이나 이런저런 요소들을 고려하면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영국의 경우는? 약 30% 차이가 난다. 대놓고, 파트타임을 차별한다는 거다. 하지만, 네델란드에서는 파트 타임에 대한 차별을 강하게 규제한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가 있다. 네델란드에서는 풀타임 노동자가 필요하면 파트 타임으로 전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노동법적 권리다. 그래서 지난 15년 동안 파트 타임도 늘고 풀타임도 늘었다. 풀타임이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여성 노동자들이 전일제로 일하다가 육아 등의 필요가 있으면 파트 타임도 일하다가 다시 풀타임으로 복귀할 수 있다. 고용 보장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파트 타임과 풀타임 선택의 문제는,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 다양한 고용형태를 조합해 갈건가 하는, 일종의 인생 설계의 문제다.


물론 영국에서 이런 제도가 있다. 한데, 영국식으로다가 매우 애매하다. 노동자가 파트 타임 전환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사용주가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영국의 전통적인 "자발주의 (voluntarism)"이다. 여성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트 타임이 늘어나고, 이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서 "대세"가 된다면, 그 옛날의 진부한 인식에서 벗어나는 게 맞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인식의 전환은 기업에도 적용된다. 사실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파트 타임이 단지 노동비용 절감 수단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이런 대전제가 이루어지게 하는 게 정책이고 법률적 제도 정비겠다. 그래서 정부의 "인식" 전환이 두번째다. 그러면, 시민과 노동자의 "인식"은 쉽게 바뀐다. 차별없이 유연하게 일하고 먹고 살 만큼 버는 건, 이미 노동사회가 수세기 동안 원해 온 거다. 


괜히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 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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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oj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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