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경제 평론가)


2) 글로벌 불균형과 달러 위기

 

더 큰 난제는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과 국제통화체제이다. 1945년에서 71년까지는 금태환을 전제로 하는 달러 페그제로 이른바 트릴레마(자유로운 자본이동, 고정환율제, 독립적인 금융정책 중 두가지 이상을 선택할 수 없다) 중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포기한 것이었고, 70년대 중반부터는 셋 중 고정환율제를 포기한 체제로 서로 다르지만 달러가 기축통화임에는 변함이 없다.






두 체제 모두 강한 달러를 배경으로 A국면에는 유럽의 수출주도성장을, B국면에는 일본과 아시아 닉스, 그리고 이어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수출주도성장을 부추겼다. 모든 기축통화국가는 강한 통화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국제질서 유지의 비용을 국제수지 악화라는 형태로 치를 수밖에 없다.

 

특히 90년대 들어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고 중국의 수지 흑자가 다시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우면서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과 아시아의 문제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로 이 상황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일종의 균형이라는 견해가 백출하였다.

 

문제는 미국의 경상수지가 적자를 넘어 80년대 이래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데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든(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침체되어 한편으로는 수지 적자가 줄어들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국 달러의 가치가 떨어진다. 금리 상승 자체로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힘이 되지만 미국경제의 약화가 일정한 임계점을 넘으면 그 이후에는 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인플레이션으로 대응하든 아시아 국가들이 대외지불준비금(외환보유)을 달러로 보유할 유인은 점점 약해질 것이다. 이번의 금융위기는 이런 상황에 최후의 일격을 날린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역사적 흐름과, 미국의 이익 간의 괴리를 과연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는 미지수이다. 오마바가 과연 고든브라운 영국 총리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주장하는 "포스트 브레튼우즈"(또는 뉴 브레튼우즈) 체제, 즉 달러 패권의 지양에 순순히 동의할 수 있을까?



예컨대 복합통화 바스켓체제는 기술적 어려움이나 ERM의 경험을 놓고 경제학자들 사이의 지리한 공방으로 시간만 보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환경문제에 관해서도 이런 태도를 취하면서 사실상 해법을 거부한 바 있다.



포스트 브레튼우즈 체제는 아마도 과거 EMS(유럽통화체제)의 복합 바스켓제도일테지만 이것이 공식 제도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켄그린이 예측하는 대로 달러와 유로가 사실상의 복수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다가 여기에 아시아 통화(위앤이나 엔, 또는 아쿠)가 추가되는 정도가 현실적인 경로가 아닐까?

 

어느 경우든 미국의 달러 패권은 무너진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지만 이라크전에서 보듯이 한 나라를 완전히 제압하기에도 역부족이다. 현재의 10년 짜리 위기가 파국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꽤 오랜 동안 우리는 지극히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기존 패권은 무너지고 있지만 신흥 패권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 신자유주의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축적의 원리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1980년대 중반의 플라자협정, 그리고 미일반도체협정을 떠올리며 만만한 나라에 비용을 치르게 하는 단기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이다. 미국 쪽에서 보자면 글로벌 협조(global coordination)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G20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G2, 즉 미국과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제 그 상대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이 미국의 고민일 테고 훨씬 만만한 상대로 한국이 자동차 등에서 먼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목숨을 건 환율전쟁, 금리전쟁, 통상마찰. 심지어 군사적 전쟁이 우리의 가까운 미래다.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가이트너의 청문회 언급과, 이에 대해 "환율 이슈에 관해 중국에 근거 없는 비난을 하는 것은 미국의 보호주의를 돋보이게 할 뿐이며 이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상무장관의 응답은 전초전이었을 뿐이다. 이 전쟁은 서울 G20를 앞두고 바야흐로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루지 못했지만 에너지와 환경 문제 역시 오바마의 미국과 중국이 대립할 지점이다. 오바마가 에너지와 기후변화의 문제를 핵심적 의제로 설정하고 있고 반면에 중국은 환경문제를 도외시하고 에너지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두 나라는 공정무역이라는 타이틀을 걸고라도 맞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한 인권문제에 특히 신경을 쓰는 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중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많다.)



* 세카이지(2009.4, 790호 별책) 게재

Posted by mojiry